[사설] 지명 당일 좌초한 ‘이래경 혁신위’, 민주당 쇄신 의지 있나
더불어민주당이 5일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지명했다가 철회했다. 과거 ‘천안함 자폭설’ 발언과 ‘친이재명’ 행보가 알려져 혁신 수장으로서의 자격 논란을 빚은 것이다. 혁신기구는 당 의총 결정 후 3주 만에 늑장 출범했다가 좌초했고, 이 위원장은 지명 당일 물러나는 인사 참극이 일어났다. 민주당은 당 쇄신의 중대 분기점이 될 혁신기구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격랑에 휩싸였다.
이 위원장은 197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1983년부터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의 상임위원을 지냈다. 그 후 기업을 운영하며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후원회장과 한반도재단(현 김근태재단)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2006년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도 역임했다. 김 고문과 재야 인사들을 돕던 후견인이자 시민사회 원로였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혁신위원장 지명 후 과거 제기한 여러 음모론이 파장을 불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미국이 조작한 자폭 사건”이라 했고, 미 정보당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엔 근거 제시 없이 “(미국의) 대선 개입설”도 지폈다. 사인이던 때라 해도 부적절한 발언이다. 그는 2019년 선거법 위반으로 2심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경기지사)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에도 참여했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의 외부 혁신위원장 제안을 수용해 선임한 ‘이래경 혁신위’가 친명·음모론 논란에 조기 침몰한 것이다.
불똥은 바로 당으로 튀고 있다. 이 대표는 “(천안함 자폭설 등은) 정확한 내용을 몰랐다”고 했다. 여러 요로에서 이 위원장을 추천받았으나, 그의 이력·자격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인사를 서두른 것이다. 당에선 한때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고 두둔하는 일도 벌어졌다. 공당의 중대 인선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이뤄지다 내홍만 격화된 꼴이다. 이 대표의 쇄신 리더십에도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낙마 파동으로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비록 지명 당일 자진사퇴로 매듭됐으나, 인사 추천·논의 과정의 오판·검증 책임 문제는 엄정히 짚어야 한다. 당 지도부는 냉철히 자성하고, 혁신 속도와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혁신기구 발족에는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당이 직면한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전대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문제로 촉발된 도덕성 위기, 내부 갈등으로 번진 팬덤정치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 혁신적인 총선 공천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당 쇄신이 시늉에 그치면 민심의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절박감을 갖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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