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4강 단골’ 붉은악마

한국 축구 ‘4강 신화’의 정점은 단연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대~한민국” 붉은 함성이 메아리치던 감격이 지금도 선연하다. 50대 이상이라면, 그에 못잖은 강렬한 기억을 하나 더 갖고 있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4강 기적’이다. 박종환 감독과 벌떼축구, 골잡이 신연호와 김종부…. 월드컵에 제대로 나서보지도 못한 축구 변방국이 조별리그에서 멕시코·호주를 꺾더니 8강전에서 남미 강호 우루과이마저 제쳐버렸다. 세계가 놀랐고 한국에선 난리가 났다. TV·라디오 중계를 틀어준 학교들이 많아 교실은 아침마다 열광의 도가니였다.
붉은악마. 1997년부터 한국 축구대표팀 응원단을 공식 지칭한 말이다. 이 명칭도 1983년 청소년 대표팀에서 유래했다. 당시 해외 언론이 대이변을 일으킨 한국 팀을 ‘붉은 악령’(Red Furies)이라 표현한 게 국내 번역 과정에서 ‘붉은악마’(Red Devil)가 됐다고 한다. 그 청소년 대표팀이 붉은악마 원조가 된 것은 실력·체력에다 투지·정신력을 쏟아부은 그들의 축구가 ‘한국식 축구’의 정체성이 됐음을 뜻한다.
현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5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40년 전 한국이 4강을 달성했던 대회는 4회였고 올해는 23회째다. 한국 청소년 축구는 1983년(4위)과 직전 대회인 2019년 폴란드 대회(준우승)에 이어 3번째 4강 진출을 이뤘다. 두 대회 연속 4강에 오른 것도 괄목할 일이다. 모든 연령별 대표팀으로 범위를 넓히면 2002년 한·일월드컵(4위)과 2012년 런던올림픽(3위)이 포함돼 한국 남자축구의 메이저 대회 통산 5번째 4강행이다.
한국은 전 대회 준우승국인데도 이번에는 강팀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아무도 4강행을 예상 못했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고 끈질기게 돌파하는 ‘선 수비, 후 역습’ 축구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매 경기 공격 점유율이 뒤지고 슈팅 수가 밀려도 끝내 이겼다. 번개같은 기동력과 탄탄한 조직력은 1983년 선배들을 닮았다. 거기에 원샷원킬의 정교한 세트피스 실력까지 보탰다. 한국 축구는 이제 누구도 무시 못할 당당한 4강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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