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걸림돌이 될 중국…싸워서 이기기 위한 비결은”

올해 삼성 호암상 공학상
배터리 석한 선양국 교수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한양대 실험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재원 기자]

“배터리 ‘콤비나트’가 필요하다.”

올해 삼성 호암상 공학상을 수상한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치열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각개전투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콤비나트는 일정한 지역에서 기초원료에서 제품에 이르기까지 각종 생산 부문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를 내는 ‘지역적 결합체’를 의미한다.

선 교수는 한국이 1960년대 울산 등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고 기업들이 함께 뭉쳐 관련 산업을 키워왔듯 배터리 분야에도 이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배터리 양극재나 음극재를 만드는 콤비나트를 만들어 대량으로 원료를 구입하고 생산도 대량으로 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 간 공유할 수 있는 건 공유를 하자는 것”이라 말했다.

선 교수는 배터리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다. 2014년부터 7년 연속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논문이 인용된 연구자 1%에 속한다. 그는 리튬이온 전지 양극재 연구를 통해 배터리 안정성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기차나 휴대전화 배터리에 쓰이는 등 세계 표준 기술로 쓰이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삼성호암상 공학상을 받았다.

학계의 이런 연구에 힘입어 한국은 현재 2차전지 선도국 반열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걸쭉한 2차전지 기업들이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 2차전지 수출이 2030년까지 연평균 33% 증가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선 교수는 이런 전망의 걸림돌이 중국이라 보고 있다. 선 교수는 ‘중국이 굉장히 무섭다’고 표현했다. 그는 “중국은 정부 지원이 막강하고 사람도 많고 스케일도 크다”며 “엄청난 환경적 이슈도 없어 지금의 상황에선 중국의 낮은 가격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대표 2차전지 기업인 CATL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7.0%로 2021년에 이어 1위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23.7%로 집계됐다. 2021년 총합이 30.2%였던 것에 비해 6.5%포인트 하락했다.

선 교수는 무엇보다 중국이 2차전지 원료광물을 갖고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라 설명했다. 양극재를 만들려면 ‘전구체’란 물질이 필요한데, 중국에서 이를 대부분 수입한다. 선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엔 전구체 91%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선 교수는 “중국에서 전구체를 팔지 않으면 배터리를 만들지 못한다”며 “공급망 확대를 위해 기업들이 함께 뭉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학계가 ‘게임 체인저’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후보들은 존재하지만 아직 리튬이온배터리에 버금가는 기술은 없다”며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이 이론상 최대치에 도달했다고들 분석하는데, 오히려 리튬이온배터리 고도화를 위해 양극재에 100% 니켈을 쓰거나 음극재에 100% 실리콘을 쓰는 등의 도전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