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국립공원 안에 집 짓고 살며 "내 땅"…무슨 일이

[앵커]

오늘(5일) 밀착카메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는 북한산 국립공원 등산로에 가봤습니다. 누군가 국유지에 집을 짓고 살고 있기 때문인데요. 산림청은 뒤늦게 강제 철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이상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북한산국립공원의 한 등산로입니다.

그런데 산길 옆에 낡은 철조망이 쳐졌습니다.

접근을 막는 팻말도 붙었는데 더 가까이 가보니 웬 낯선 집이 보입니다.

집앞에서 갑자기 고성이 오갑니다.

[박모 씨-도봉구청 동물복지팀 : 뭐가 불법이야, 이 양반아. 자기들이 못 길러서 (개를) 갖다버리고 간 건데. {계속 연락 안 되시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6월 말까지.}]

80대 박모 씨는 국립공원 안에 집을 짓고 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집안엔 오래된 가마솥, 선풍기, 라디오가 보입니다.

안쪽으로 들어와보니 토끼 6마리가 있습니다. 배추를 먹고 있습니다.

키가 큰 잣나무 옆에 개들도 있습니다.

주민들은 박씨가 국유지에 허락없이 살고 있다며 불편하다는 반응입니다.

[주민 : 그럼 여기가 사유지라고 주장하시는 거예요? {사유지라니까.}]

[김동균/주민 : {들어가본 적은 있으세요?} 못 들어갑니다. 개가 입구에서부터 짖어대니까.]

[김성연/주민 : 좋지는 않죠. 자유롭게 다니는 공간인데, 무섭기도 하고.]

박씨는 버려진 동물을 키웠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공무원들이 박씨를 찾아왔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집 바로 옆에 군 작전시설도 있습니다. 시공일자를 보니 1968년입니다.

박씨는 1968년 김신조 무장공비 사건 이후 우리 군을 돕다가 이곳에 살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박모 씨 : (적군이) 한탄강에서부터 동두천, 의정부 지나서 공격해오는데 이게 청와대 공격 방향이라고.]

이미 자신은 50여년 전부터 살고 있었는데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겁니다.

지자체와 산림청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도봉구청 공원여가과 : 거기가 국유림이고 국립공원이다 보니까. 저희는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산림청은 2014년이 돼서야 박씨가 무단 점거했다며 1년에 20만원씩을 내라고 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주 박씨에게 스스로 집을 빼라고도 했습니다.

[산림청 국유림관리소 : 아예 인지 자체가 안 됐었으니까요. 일단은 자진 철거를 몇 차례 통지해야 해요.]

박씨는 더이상 개를 기르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이곳을 나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박모 씨 : 진작 나가라고 했으면 되는 거잖아. 지금은 못 나가죠. 관습법도 법이라고 하잖아요.]

산림청은 강제 철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곽선숙/주민 : 없어지면 좋죠. 그런데 저 사람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텐데. 구청에 도와달라고 해요. 저 사람을 도와주면서 저걸 없애는 방법을…]

국립공원에 수십년간 방치된 집.

그동안 산림청과 지자체는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국유지를 둘러싼 갈등은 더 깊어졌습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김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