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전날 … 野대변인 "부하 다 죽인 천안함장, 무슨 낯짝으로"

전경운 기자(jeon@mk.co.kr)위지혜(wee.jihae@mk.co.kr)이호준(lee.hojoon@mk.co.kr) 2023. 6. 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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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명한 혁신기구수장
"천안함 자폭" 과거 발언 논란
최원일 前천안함장 항의하자
권칠승 대변인 막말로 대응
이래경 지명자 9시간만에 사퇴
李대표 리더십 타격 불가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 대표 뒤에는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김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인사를 당 혁신기구 수장으로 지명하고, 이에 항의하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향해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거냐"고 대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혁신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님을 모시기로 했다"며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라고 언급한 인사다. 이 이사장은 이날도 언론을 통해 "북한의 폭격일 것이라는 건 근거가 없다. 자폭일 수도 있다. 원인 불명이라는 게 제 입장"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최 전 함장은 이 이사장을 지명한 이 대표를 향해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 오늘까지 입장을 밝혀주시고 연락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해촉 등 조치가 없으면 내일(6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 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최 전 함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권 수석대변인은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거냐.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네"라고 했다. 이어 "천안함 아니,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돼. 그거 맞았으면 자기가…"라고 얼버무렸다. 논란이 되자 권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 당직 인선과 관련해 천안함 유족과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의 천안함 발언에 대해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는 공식적 발표이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에 이어 당 대변인의 무리한 발언까지 논란이 커지자 이 이사장은 당 혁신기구 수장에서 사퇴했다. 이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나 자신의 과거 발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발언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는 "사안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한국 사회가 현재 처한 상황을 압축하는 사건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 소견"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명한 지 9시간 만에 혁신기구 수장이 사퇴함에 따라 이 대표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이사장 선임은 이 대표 측에서 주도한 것으로, 이날 아침까지도 당 지도부 일부는 선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이 이사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조금만 뒤져봐도 나오는 문제 발언들을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임명해 논란을 자초한 데 대해서 "말이 되느냐"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 이사장 지명 직후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직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이 이사장이 '친이재명' 행보를 보인 점도 문제 삼았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혁신기구가 이재명 지도부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져 있으니 뭔가 혁신하자고 해서 시작한 것인데, 이재명 민주당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임명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1954년생인 이 이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부를 나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발기인으로 참여해 초대 상임위원을 지내고, 현재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1984년 신원엔지니어링을 창업했고, 1988년 독일 호이트와 합작사인 호이트코리아를 설립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은 천안함 관련 발언 외에도 극단적인 반미·친중 성향을 드러내왔다. 지난 5월 페이스북에 서울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아마도 지난 한국 대선에도 이들 미 정보조직들이 분명 깊숙이 개입했으리라"고 썼다. 또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코로나19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쟁 고아를 보호한 푸틴을 전쟁 범죄자로 몰다니, 미 패권과 위선적 서방의 시대가 참말로 저물어가는 모양새"라며 푸틴 대통령을 옹호했다.

[전경운 기자 / 위지혜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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