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항공기 문열림 사고…근본 대책은 없나?
[KBS 대구] 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지난 달 26일 온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렸던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백 아흔 네 명을 태운 제주발 대구행 비행기가 비상문이 열린 채 착륙한 큰 사건이었습니다.
문을 연 30대 남성은 착륙 직후 체포됐고 항공보안법 위반, 재물손괴,상해 등 3가지 혐의로 수사를 받은 후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 남성은 마치 비상문으로 뛰어내리려는 듯 문 벽면에 매달렸는데,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의 제지로 더 큰 사고를 모면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함이 생깁니다.
항공기 비상문은 누구나 쉽게 열 수 있는가입니다.
비상문은 비행기가 이륙한 후 고도 9km 정도가 되면 열리지 않습니다.
비행기 안팎의 기압 차 때문인데요.
문을 열려면 10톤이 넘는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다만, 지상 가까이 내려오면 비상 탈출을 위해 누구나 문을 열 수 있도록 기장이 문 잠금상태를 풀게 됩니다.
이번 여객기도 착륙 직전이라 약 2백 미터 고도에 있었기에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문이 10센티미터 가량 열렸을 때 승무원들이 제지를 해 남성이 문 밖으로 떨어지거나 다른 승객들이 강한 바람에 날아가는 사고는 면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은 완전히 개방됐고 문 아래쪽에 위치한 비상용 슬라이드도 떨어져 나가면서 승객들은 시속 260킬로미터로 활주로를 달리는 기체 안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비상문 쪽에 왜 승무원은 없었느냐도 궁금합니다.
보통 비행기 앞뒤 출입문엔 승무원 전용 좌석이 있는데요,
200석 이하의 소형 여객기에는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남성은 비상구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었고 복도 건너 옆에는 승무원이 있었습니다.
남성이 순식간에 일어나 비상구 레버를 젖히면서 이를 곧장 제지하지는 못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문 열림 사고를 대비해 비상문을 못 열게 하는 안전장치도 있지만, 항공사 쪽에서는 실제 위급상황에서 오히려 문이 안 열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이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구나 프랑스 에어버스사에서 만든 이번 사고 여객기, A 321은 소형 기종이라 안전장치도 미비했습니다.
열린 문을 다시 닫을 수는 없었나 하는 궁금함도 생기는데요.
비행기 비상문은 한 번 열리면 수동으로만 닫을 수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당시 착륙 2~3분을 앞두고는 승객과 승무원 모두 안전띠를 착용한 채 앉아있었기에 빠르게 활주로에 내리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데 산소마스크는 왜 안 내려왔을까도 궁금합니다.
기내 기압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비상 상황에 필요한 산소마스크는 자연 호흡이 불가능한 고도 1만 피트, 즉 지상에서 3천 미터 이상 올라가야 작동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고도 2백여 미터에서는 내려오지 않은 겁니다.
그럼 이번엔 비상문 근처에 검증된 승객을 앉히는 문제로 가봅니다.
비상구 근처 자리를 발권할 때 일일이 해당 승객의 상태와 건강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죠.
심지어 많은 항공사에서는 비상문 근처 좌석을 추가요금을 받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가 난 아시아나 항공뿐 아니라 국내 모든 항공사에 대해 비상문 쪽 좌석을 검증된 승객에게 판매하도록 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미 프랑스나 스웨덴 등 해외 상당수 국가에서는 비상문 쪽 좌석을 구조대원, 의사, 군인 등 위급상황 시 다른 승객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 국토부는,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자리를 가급적 비워둘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곧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항공기 사고, 이를 막기 위한 철저한 보안과 검증, 승무원들의 대비 훈련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곽근아입니다.
그래픽:김지현
곽근아 기자 (charter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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