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안 하면 커피!"…6030만원 기부, 186차례 팬과 세리머니한 결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안타 치고 가끔 형들이 하트 세리머니를 안 하면 동생들이 소리 지르면서 '왜 안 하냐'고 '하트 하라고' 한다."
5월 한 달 동안 두산 베어스 더그아웃에는 사랑이 넘쳤다. 선수단이 힘을 합쳐 173안타, 13홈런을 때리며 모두 186차례 하트 세리머니를 했다. 관중석에 있는 팬들도 함께 선수들의 하트를 따라 그리면서 기부에 동참했다. 그렇게 총 6030만원을 적립해 비정부기구(NGO) 단체 '지파운데이션'에 전달하기로 했다. 기부금은 학대피해 아동 대상 심리치료 지원과 문화체험에 쓰일 예정이다.
‘기부럽(Give Love, 사랑을 나누다)’ 캠페인은 내야수 양석환의 하트 세리머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다. 양석환은 올해 안타나 홈런을 칠 때마다 손으로 하트로 만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처음에는 경기장에 경기를 관람하러 온 가족을 향해 하트를 보냈는데, 경기를 치르면서 대상을 관중석에 앉은 모든 팬으로 넓혔다.
두산 구단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팬들과 함께할 캠페인을 고민하다 공익 플랫폼인 '네이버 해피빈'과 손을 잡았다. 선수들이 하트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마음을 전하면 안타 1개당 10만원, 홈런 1개당 100만원을 적립하기로 했다. 캠페인 담당자가 주장 허경민을 통해 선수단에 양해를 구했고, 선수들은 흔쾌히 기부에 응했다.
허경민은 "선수들이 다들 좋은 일이라고 동참을 잘해 줬다. 기부를 위해 더 많이 안타를 치려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선수들에게 제안했으니 안타를 제일 많이 쳐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두산 선수들은 173안타와 13홈런으로 총 3030만원을 적립했다. 구단이 처음 목표했던 금액 2000만원을 초과 달성했다. 5월 한 달 동안 우천 취소 경기가 4차례나 있었는데도 선수들이 초과 목표 달성을 이뤄냈다. 가장 큰 금액을 모금한 경기는 5월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으로 팀 12안타, 2홈런을 기록해 하루에만 320만원을 기부했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는 10안타 5홈런을 쳐 600만원을 모금해 기부왕이 됐다. 안타 수는 적었지만, 홈런 하나의 금액이 큰 덕을 봤다.
로하스는 "내가 가장 많이 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트 세리머니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팀 협력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기부왕이 된 소감을 밝혔다.
2위는 안방마님 양의지로 19안타, 3홈런을 기록해 490만원을 채웠다. 공동 3위는 허경민(23안타, 1홈런)과 박계범(13안타, 2홈런)으로 330만원씩 기부했다. 허경민은 바람대로 5월 안타 1위에 올랐다. 아이디어 제공자인 양석환은 19안타, 1홈런으로 290만원을 모금해 5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김재환(260만원), 이유찬(210만원), 정수빈(160만원), 양찬열(100만원) 등이 힘을 보탰다.
허경민은 기부럽 캠페인을 하는 동안 동생들에게 가장 많이 혼난 선배기도 했다. 하트 세리머니를 자꾸 까먹은 탓이다. 5월 팀 내 안타 1위에 올랐으니 티도 많이 났다.
박계범은 "허경민 선배가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벌칙으로) 맨날 커피값을 지출하고 있다"고 귀띔했고, 양석환은 "형들이 안 하면 동생들이 소리 지르면서 '왜 안 하냐'고 하긴 한다. 형들이 까먹는다"고 한마디를 했다.
허경민은 "뒷주머니에 항상 하트를 넣어두고 가긴 하는데(웃음), 내가 제일 많이 깜빡해서 혼이 많이 났다. 내가 하자고 했는데 3~4번 정도 깜빡했다. 그래서 내가 '왜 안 하냐'는 말을 못 하겠더라. 안 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깜빡 잊은 것"이라고 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팬들은 해피빈 기부럽 캠페인 페이지에 댓글 1건을 남길 때마다 2000원을 적립했다. 응원 댓글이 1만 건 이상 모여야 2000만원을 기부할 수 있었는데, 5월이 다 지나기 전에 일찍이 1만 건을 달성했다. 또한 팬들이 직접 피해아동 지원 모금함에 기부할 수 있도록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등에서 두산 베어스 기부콩을 지급했는데, 역시나 달성 금액인 1000만원을 금방 채웠다. 그렇게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을 더한 기부금이 총 6030만원이다.
기부럽 캠페인은 끝났고, 하트 세리머니 의무도 끝났다. 하지만 양석환은 계속해서 팬들과 하트 세리머니를 할 수 있길 바랐다. 그는 "나는 계속 세리머니를 유지하려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기부가 끝났다고 안 하면 그렇지 않나.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팀에 이야기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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