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질환의 종착역' 심부전, 허투루 다루다간 목숨 위협”

권대익 2023. 6. 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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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강석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
강석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은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에 노출되면 결국 목숨을 위협하는 심부전으로 악화하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K(63)씨는 지난달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하던 중 어지럼증을 느끼면서 기절했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K씨는 심폐소생술(CPR)로 겨우 목숨을 건졌고, 여러 검사를 한 결과, 심부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10만 명당 121.5명이 심ㆍ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 지난 10년간 7%나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심부전은 심근경색ㆍ뇌졸중처럼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질환보다 사망률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2011년보다 82.8% 증가해 2021년 심부전 사망자는 10만 명당 15.9명이나 됐다. 현재 심부전 환자의 유병률은 2.24% 정도다.

‘심부전 치료 전문가’인 강석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원장(심장내과 교수)을 만났다. 강 원장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심부전 유병률과 사망률이 계속 늘고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은 저조하다”고 했다. 강 원장은 “심혈관 질환은 결국 심부전으로 악화하기에 허투루 다루지 말고 암을 치료하듯이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부전을 설명하자면.

“심부전(心不全ㆍheart failure)은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심장에는 피를 받아들이는 정맥과 내보내는 동맥이 있는데, 심장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낸다.

심장 구조나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면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들어온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게 된다. 이를 심부전이라고 한다.

심장 혈관인 관상동맥(冠狀動脈·coronary artery)에 혈전이 생기거나 혈관이 좁아져(협착) 혈류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과 심장 판막 질환ㆍ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만성콩팥병ㆍ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심부전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과음과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요인도 발병 위험을 높인다. 특히 나트륨(소금) 섭취량이 많으면 체내 수분이 늘어나 심장에 부담이 커지면서 심부전이 발생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킨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간단한 동작에도 숨이 차는 호흡곤란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혈액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 신체 조직에 혈액량이 떨어져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과도하게 숨이 차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또한 평소보다 운동 능력이 현저히 낮아진다. 이런 증상을 단순히 노화에 따른 현상으로 여겨 조기 진단을 받지 않다가 상태가 위중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

이 밖에 다리나 발목이 붓는 부종이 발생하고 간이 커지거나 복수(腹水)가 차는 등 온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소변량이 줄어들고 몸무게가 늘어나기도 한다. 특히 고령 심부전 환자는 불안ㆍ우울증 등 정신 질환 증상이 동반할 수 있다.”

-심부전을 진단하려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혈액검사, X선 촬영, 심전도검사, 심장 초음파검사 등을 시행한다. 심장 초음파검사는 심장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구조ㆍ기능ㆍ심장 내 압력 등을 다방면으로 파악한다. 심장 초음파검사로는 심장의 수축 기능(좌심실 박출률)을 중점적으로 심부전을 진단한다. 즉, 박출률 감소 심부전,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 박출률 보존 심부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심장의 수축 기능이 약간 줄어들거나(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 정상(박출률 보존 심부전)일 때에는 이완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같이 신체가 안정적일 때는 이상 증세를 나타나지 않지만 운동할 때 등 심장에 부하가 가해지면서 심부전이 악화할 수 있다.

일반적인 심장 초음파검사는 누워서 진행하기에 호흡곤란 증상 유도를 통한 증상 발현 순간 검사를 할 수 없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20여 년 전부터 누운 채 자전거 페달을 밟도록 해 호흡곤란 등 운동 효과를 일으키면서 동시에 심장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는 ‘이완기 부하 심장 초음파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누운 채 자전거 페달을 밟도록 해 호흡곤란 등 운동 효과를 일으키면서 동시에 심장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는 ‘이완기 부하 심장 초음파검사’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

-심부전은 어떻게 치료하나.

“발병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수술이나 시술이 불필요하면 우선 표준 약물 치료를 한다. 약물 치료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일부 환자에게는 시술인 ‘심장 재동기화 치료(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ㆍCRT)’를 고려한다.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 ‘삽입형 제세동기(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ㆍICD)’를 몸속에 넣는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와 시술 효과가 현저히 낮은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는 ‘좌심실 보조 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ㆍLVAD)’ 수술이나 심장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심부전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과 관리법은.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과음과 스트레스를 피하고 협심증ㆍ고혈압ㆍ당뇨병 환자는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 짠 음식을 피해야 한다. 보통 염분을 하루 3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염분을 과다 섭취하면 체내 수분이 늘어나면서 심장이 받는 부담이 커진다. 대신 혈액순환을 돕고 콜레스테롤 배출에 좋은 토마토ㆍ양파ㆍ마늘ㆍ콩 등을 자주 먹는 게 좋다. 다시마ㆍ김ㆍ미역 등 해조류들은 피를 맑게 해주고 열량도 낮아 건강 관리에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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