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하랬더니 편법수단 전락한 자사주"…금융당국, 제도 손본다(종합)

강은성 기자 2023. 6. 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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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부위원장 "자사주 마법·자사주 맞교환 등 문제 인식"
기업측 "적대적 M&A 경영권 방어 수단인데 너무해" 항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3.6.5/뉴스1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자사주) 매입 관련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한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당초 금지돼 있었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단계적으로 허용했는데, 그 본질을 잃고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다만 재계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보호장치 없이 무조건 자사주를 의무소각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항변한다.

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자사주의 마법이나 의결권 부활을 초래할 수 있는 지분 맞교환 등은 편법 지배력 강화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의지"라면서 "무엇보다 자사주 보유를 당초 허용한 목적이 주주환원을 위한 것임에도 기업이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어서 주주환원은 커녕 자사주를 일정 기간 보유한 후 시장에 재매각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는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온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같은 의견을 뒷받침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자사주의 다른 권리는 정지되지만 실무적으로 합병과 분할시에는 자사주에 신주 배정 권리를 인정하는 점, 판례 등에서 자사주 처분과 신주 발행을 다르게 취급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를 활용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사례(금융위원회 제공) ⓒ News1 강은성 기자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가 인적분할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배력 확대로 연계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상법에서 자사주는 의결권과 같은 대부분의 주주권이 제한되고 있지만 유독 인적분할의 경우 관련 법령과 판례의 태도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는 추가 자본 출연을 하지 않아도 자사주 신주 배정만으로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자사주의 마법'이라 불리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자사주 맞교환'도 문제로 꼽힌다. 상법에서 자사주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기업이 보유중인 자사주를 우호적인 기업과 맞교환할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반주주의 지분은 희석되고 건전한 경영권 경쟁도 저해될 우려가 있다.

정 교수는 "자사주의 마법이나 의결권 부활을 초래할 수 있는 지분 맞교환 등은 편법 지배력 강화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자사주 보유를 당초 허용한 목적이 주주환원을 위한 것임에도 기업이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어서 주주환원은 커녕 자사주를 일정 기간 보유한 후 시장에 재매각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자사주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자사주 처분을 신주발행과 동일하게 취급함에 따라,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활용할 실익이 크지 않고 따라서 자사주 논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자사주에 허용되는 권리(금융위원회 제공) ⓒ News1 강은성 기자

재계에서는 자사주 제도 개편이 자칫 '자사주 즉시 소각 의무화' 등 과격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5월30일 성명서를 통해 2011년 상법 개정으로 배당가능 이익범위 내에서 자사주 취득과 처분을 기업에게 맡겼는데, 자본시장법 혹은 그 하위법령(시행령)에 소각 강제 조항을 넣을 경우 법률간 충돌이나 하위법령이 상위법을 위배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반발했다.

특히 자사주는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며,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강제 매각할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소액주주 손실도 우려된다며 '득보다 실이 큰 정책'이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자사주 보유 한도 설정 △강제 소각 △자기주식 처분시 신주 발행과 동일한 절차 적용 △자사주 맞교환 금지 △합병·분할시 자사주에 신주배정 금지 등 주주 권리를 정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 외 시가총액 계산에서 자사주를 제외하거나,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취합된 의견과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자사주가 활용되어 왔던 관행 등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균형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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