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원 칼럼] 외교에도 플랜B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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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 백조의 자태는 우아하다.
물 밑에서 쉼 없이 발버둥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말이다.
요즘 국제외교가 이런 백조의 모습과 딱 닮았다.
속으론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 발버둥치듯 활발한 물밑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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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는 북한의 도발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굵직한 사건에 힘을 못 쓰고 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WTO 역시 설립 취지인 다자무역체제를 지키지 못한 채 식물기구로 전락했다. 세계교역을 주도하는 중국과 미국이 경제패권 싸움을 벌이면서 다자무역 정신이 훼손되고 있어서다.
거대한 외교판이 흔들리면서 각국은 어디에 줄을 설지 주판알을 튕기기 분주하다. 일단 신냉전 도래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이나 러시아·중국 진영을 중심으로 '헤쳐모여' 할 태세다. 겉으로 봐선 그렇다는 말이다. 속으론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 발버둥치듯 활발한 물밑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통합으로 발 빠르게 실리를 추구하는 곳은 남미다.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남미 12개국이 똘똘 뭉쳐 독자노선을 걸으려 한다. 최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주도로 열린 남미 정상회의에서 11개국 정부 수반이 모두 참석해 '도원결의'를 맺었다. 좌파, 우파라는 이념을 떠나 지역통합을 최우선으로 삼자는 게 이번 모임의 최대 결실이다.
향후 기대되는 액션플랜은 담대하다. '남미판 유럽연합'으로 불리는 남미국가연합(우나수르·UNASUR)을 재건하는 일이다. 달러 대신 지역 공통화폐를 도입해 화폐 자주권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룰라 대통령은 아예 '수르'(SUR·스페인어로 남쪽이라는 뜻)라는 구체적인 화폐 명칭 구상까지 밝힌 바 있다.
27개 회원국이 모인 유럽연합(EU)은 미국 주도의 탈중국 노선에 낄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감행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디커플링'(관계분리)이 아닌 '디리스킹'(위험완화)으로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의 속국이 돼선 안 된다는 취지로 '전략적 자율성'을 공언했다. 미국 주도의 중국 봉쇄를 따라 결과적으로 EU마저 미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게 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광폭 행보와 아랍연맹(AL)의 확장세도 예사롭지 않다. 친미 성향인 사우디는 외교단절 상태였던 이란을 비롯, 중국과 외교 정상화를 이뤘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시리아도 12년 만에 AL에 복귀했다.
동북아 지역은 초강대국의 전쟁터와 다름없기에 지역 주도의 기구 활성화는 쉽지 않다. 그나마 한·중·일 협력사무국(TCS)이란 기구가 있긴 하다. 한·중·일 3국 간 평화와 공동번영 비전을 실현하자는 목적으로 2011년 국제기구로 설립됐다. 물론 미·중 간 냉각기류로 TCS 활동이 시야에 잘 안 잡힌다. 외교는 의리나 소신으로 하는 게 아니다. 리스크 관리라는 안전판은 항상 깔아두는 게 정석이자 상식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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