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 “연내 추가 M&A…MS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컴’ 되겠다”

변지희 조선비즈 기자 2023. 6. 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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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보스턴대 경영학, 뱁슨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보스턴칼리지 대학원 금융학 석사, 현 다토즈 대표이사, 전 위지트 해외사업팀장, 전 소프트포럼 투자기획팀장, 전 iText Group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 사진 한글과컴퓨터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시장이 급변하는 지금이 한글과컴퓨터에는 오히려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응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 왔고, 시기도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 한컴을 알리는 게 의무라고 생각하고, 올해 안에 기업 인수합병(M&A)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습니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한컴) 대표는 5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의 2녀 1남 중 맏이로, 사실상 승계를 낙점받았다. 한컴은 1990년에 설립된 국내 1세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00년대 반복된 M&A로 부침을 겪다가 2010년 김 회장이 인수하면서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도 아버지를 빼닮은 M&A 승부사로 평가받는다.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칼리지 대학원에서 금융학 석사, 뱁슨칼리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6년 반도체 제조기업 위지트에 해외사업팀장으로 입사했다. 2012년에는 한컴그룹 이사를 맡은 뒤 2016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9년 한컴그룹 투자전략실장을 거쳐 2020년 한컴그룹 총괄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2021년 8월 대표로 승진했다. 2014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업체 MDS테크놀로지(한컴MDS), 2015년 모바일 포렌식 기업 지엠디시스템(한컴위드), 같은 해에 벨기에 PDF 기업 아이텍스트를 인수한 후 2018년에 매각을 총괄한 것도 김 대표다.

지난해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한컴MDS(현 MDS테크)를 비롯한 11개 계열사를 950억원에 매각,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12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M&A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컴의 근간인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면서 M&A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언제쯤 M&A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 시기가 있나.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서둘러 M&A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지, 시간적으로 조급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영진이 기회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줬다. 실제로 작년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더 좋은 곳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회사를 물색하고 있었다. 올해 안에, 빠르면 3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올해가 한컴에 중요한 해다.”

어떤 회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나.
“소프트웨어 회사들 위주로 보고 있다. 한컴이 일관성 있게 성장하려면 통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업 간 차이가 국가 간 차이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업군이 같으면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직원들끼리 업무상 통하는 부분이 있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소통이 되고 합의가 될 수 있는데, 산업군이 다르면 이런 부분을 맞춰가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그래서 통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유럽 3곳, 북미 1곳의 소프트웨어 회사와 논의 중이다.”

싱가포르에 설립한 한컴얼라이언스는 어떤 역할을 하나.
“한컴이 해외에 투자한다는 것은 투자 수익만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적인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는데, 이런 해외 투자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했다. 한컴은 최근 대대적으로 사업 재편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무겁거나 적자가 나는 회사들은 매각하고 있다. 성장성이 있거나 흑자가 나는 회사들은 어떻게 더 키울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한컴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MS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MS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오피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컴은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 역량을 보다 세분화, 전문화해서 부동산 매매계약서 작성을 하는 사람이라든지, 전문적인 웹사이트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 등 특정 고객층을 목표로 한다. 한컴이 갖고 있는 역량을 특화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이 고객들이 결과물을 더 잘 도출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넓게 보면 MS와 파트너사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정 고객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인 파트너가 되겠다는 목표기 때문이다. 타깃을 세분화하는 게 해외 소프트웨어 회사들이나 스타트업들에는 일반적인 과정인데, 이런 걸 잘하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아주 드물다. 그동안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국내 고객들의 니즈에 맞추는 게 급했기 때문에 그동안은 동기 부여가 덜 될 수밖에 없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한컴은 국내 고객의 니즈에만 맞추기보다는 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해외 진출에서도 적절할 것으로 본다.”

그는 지난 4월 대만에서 연 전 직원 대상 워크숍에서 앞으로 클라우드와 AI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컴은 과거 한컴오피스를 패키지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데 주력했지만, 현재는 기술 역량을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제품이 아니라 특화된 기술을 판매하는 셈이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신경 썼던 부분은.
“취임 후 신사업을 벌이기보단 한컴이 잘할 수 있는 것과 갖고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자 했다. 한컴이 갖고 있는 기술적인 역량은 매우 많은데 이를 마치 하나의 부품처럼 만들어 파트너사들에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의 니즈는 실시간으로 변하고 다양해지고 있는데 옛날처럼 원스톱 솔루션을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컴이 잘하고 있고, 그동안 잘해온 자산을 활용해 파트너사들과 함께 고객들의 사용 시나리오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생성형 AI는 물론이고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기술 발전에 속도가 나는 상황이 오히려 한컴에 기회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여기에 대응할 준비를 많이 해 왔다.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

지난해에 꾸준히 자사주 매입을 했던 시기도 있었는데 앞으로도 계획이 있나.
“현재로선 자사주 매입보다 M&A를 성공시키는 게 주주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일단은 M&A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연내 M&A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그다음에는 자사주 매입에 대한 정책을 다시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재 채용에 어려움은 없나.
“어떤 인재를 뽑고 싶다는 생각 이전에,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선 같이 일하고 싶은 리더가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컴의 문화를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게 우선이라 생각해서 호칭부터 ‘님’으로 부르도록 했다. 과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한컴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나.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컴이 되겠다는 목표를 회사의 비전으로 세웠다. 한컴 창업 당시 창업자들이 갖고 있던 목표는 ‘한국의 MS가 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이야기다. 현재 한컴 구성원들은 창업 멤버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벤처 1세대’ 한컴을 경험한 사람들로서 해외에서 최대한 한컴을 알리는 것을 새로운 의무라고 생각하겠다. (그들이 가진) 브랜드에 대한 무게감, 책임감, 도전 정신은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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