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연봉킹’ 구글 CEO의 딜레마…과감한 AI vs 책임 있는 AI | 1만2000명 해고 구글의 ‘AI 전쟁 실탄 비축’ 명분 흔들

전효진 기자 2023. 6. 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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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량 기업을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속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가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해 기본 급여와 주식 보너스 등으로 총 2억2600만달러(약 2985억원)를 받았다. 이는 알파벳 직원 평균 연봉인 27만9802달러(약 3억6964만원)의 808배 수준이었다.

2015년부터 구글 CEO를 맡아온 그의 연봉킹 소식은 되레 구글의 인공지능(AI) 딜레마를 부각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배경인 AI 전쟁을 위한 실탄 비축 명분을 희석한다.

특히 그는 대화형 AI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 시장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하기 힘든 딜레마에 처해 있다. 세계 온라인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1위 업체로서 AI 확산이 자칫 자기 시장을 갉아먹을 수 있는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데다 구글이 추구해 온 도덕적 윤리 강조가 AI 적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5월 10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구글 I/O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AI 전쟁 실탄 비축 내세우며 대량 해고

올 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직원 중 6%에 해당하는 약 1만2000개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피차이는 감원 계획을 발표할 때 전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AI에 대한 조기 투자 등의 덕분에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기회를 확신한다”며 “이를 완전히 잡기 위해선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전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실탄이 소요되고, 이를 위해 인건비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이 불가피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그는 “대단히 재능 있고, 우리와 함께 일하기 좋았던 사람들과 이별하는 것에 깊이 유감스럽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연봉 소식은 이 같은 그의 입장을 군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알파벳을 비롯해 다른 주요 AI 기업에서 해고 소식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CEO 연봉 이슈는 IT 기술업계에선 특히 민감한 주제가 되고 있다”면서 “애플의 팀 쿡 CEO 역시 최근 2년 동안 약 1억달러(약 1321억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것에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이후 2023년 연봉을 자진 삭감하기로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피차이는 구글 매출을 CEO 취임 첫해의 3.7배 수준으로 키워 놓았다. 주가는 취임 6년만인 2021년 6배 수준으로 상승해 148달러를 찍었지만 현재는 고점 대비 17.5% 하락한 상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진 AFP연합

1등의 함정과 구글 윤리의 한계

2016년 구글의 AI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이겨 세계 AI 기술의 거장임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실제 자사의 최대 주력 상품인 검색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데는 주저했다. 전 세계 온라인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에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AI 적용은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이 1등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2022년 11월 출시된 오픈AI의 대화형 AI ‘챗GPT’가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확보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오픈AI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MS가 이 기술을 활용한 검색 엔진 빙으로 구글 검색 시장을 위협하자 구글도 AI를 적용한 ‘바드(Bard)’로 대항하기에 이르렀다. 피차이는 대화형 AI 바드를 5월 10일(이하 현지시각) 전 세계 180여 개국에 공개하면서 AI 주도권 탈환에 나섰다.

그러나 피차이는 AI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책임 있는 혁신’을 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무분별한 AI 적용 윤리를 강조해 온 구글의 원칙과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구글 AI 윤리팀 리더인 팀닛 게브루의 해고와 2023년 5월 제프리 힌턴의 구글 알파벳 부사장 겸 엔지니어링 펠로직 사임은 구글이 안고 있는 AI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게브루는 그의 상사에게 보낸 이메일이 발단이 돼 해고됐는데, 메일의 내용은 챗GPT나 바드와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었다. 게브루는 막대한 학습을 위해 소모되는 전력 탓에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문제, 학습에 쓰일 데이터를 생성하기 힘든 지역이나 작은 국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명확한 데이터가 쓰일 수 있는 한계, 가짜 뉴스 같은 AI의 악용 등을 짚었다. 5월 22일 미국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가짜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한때 금융시장까지 출렁거린 사건은 이 같은 AI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 사진은 AI로 생성한 가짜 이미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5월 2일에는 AI 분야의 ‘4대 구루’로 평가받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구글 알파벳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며 구글의 AI 윤리가 재조명을 받았다. 구글은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힌턴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그가 설립한 DNN리서치를 2013년 인수하고 함께 AI 연구를 해왔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사실 구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지 않고 AI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떠났다”고 말했다. 힌턴 교수는 “생성 AI는 이미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가 됐고,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나쁜 행위자들이 AI를 악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를 통제할 수 있는지 이해할 때까지 기술을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차이가 올해로 구글 창립 25년을 맞아 내놓은 비전과 일부 상충하는 대목이다. 피차이는 “이제 AI를 과감하고 책임감 있게 다루는 것이 향후 25년 동안 해야 할 가장 야심 찬 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차이가 AI 사업에서 과감과 책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 나갈지 주목된다.

Plus Point
“韓 택시 기사 보고 놀랐다”
피차이 “바드에 한국어 채택”

구글이 챗GPT의 ‘대항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챗봇 바드(Bard) 서비스를 한국 등 전 세계 180개국에서 시작했다. 바드는 그동안 영문으로만 지원돼 왔는데, 앞으로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지원되며 조만간 40개 언어로도 서비스가 확장될 예정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5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바드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그는 바드에 한국어와 일본어를 다른 언어보다 먼저 적용한 것과 관련해 “(구글에) 새로운 도전”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은 기술 채택에 있어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지역이다. 바드가 다른 새로운 언어를 바드에 도입하고 시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피차이는 특히 과거 서울을 찾아 택시를 탔을 때, 택시 기사가 휴대폰을 동시에 3대 쓰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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