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건강학 <252>] “네가 문제야”…가스라이팅의 시대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2023. 6.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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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소셜미디어(SNS), 인터넷 등에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이 자기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조작술'이다.

"너의 판단력이 문제야" "너의 성격이 문제야" "너의 능력이 문제야" 등과 같은 말을 특정인에게 자주 듣는다면 가스라이팅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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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TV나 소셜미디어(SNS), 인터넷 등에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이 자기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조작술’이다.

가스라이팅이란 용어는 1944년 상영된 ‘가스등(Gas light)’이라는 영화에서 유래했다. 정략 결혼한 남편이 아내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서 유산을 뺏으려는 내용이다. 이 영화 제목을 따서 상대방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상황을 가스라이팅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한 것이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전문적인 심리학적 용어가 아닌 대중 유행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심리를 조작하는 모든 행동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좁은 의미의 가스라이팅 기본 패턴은 가해자가 “그건 네 문제야”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피해자는 “어? 그게 내 문제인가?”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가스라이팅은 대개 사회적, 심리적 서열이 뚜렷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선후배, 연인, 부부, 부모·자녀, 직장 선후배 사이에서 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양다리 걸치는 거 아니냐고 묻는 애인에게 “네가 너무 예민해서”, 코인 투자를 걱정하는 아내에게 “당신이 경제에 무지해서”, 그만 간섭하라는 자녀에게 “넌 아직 어려서”, 왜 일을 많이 시키냐는 후배에게 “네가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하는 것이다. 문제라고 지적받는 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다. “너의 판단력이 문제야” “너의 성격이 문제야” “너의 능력이 문제야” 등과 같은 말을 특정인에게 자주 듣는다면 가스라이팅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처음에는 ‘내 말이 맞는다’라고 저항한다. 그러다가 ‘어? 내가 틀린 건가?’라고 의심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내가 틀린 거 같아’라고 인정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가스라이팅은 ‘심리적 지배’라기보다는 ‘심리적 혼란’이 더 적합한 설명이다. 심리적 혼란이 오고, 그 뒤에 자기 잘못이라고 수용하면서 심리적 지배 단계로 넘어간다. 그 정도가 되면 가스라이팅을 넘어 세뇌 수준이 된다.

그렇다면 가스라이팅을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 생각이 맞는지 틀렸는지 심리적 혼란 상태가 반복될 때 믿을 만한 제삼자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확인되면 가해자에게 당당하게 가스라이팅이라고 직면시켜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개 피해자가 심리적, 사회적 약자라서 강하게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최소한 상대의 말을 듣더라도 수용하지 않는 자기방어가 필요하다. 가끔이라도 저항해야 하고, 되도록 만나지 말고, 그것도 어렵다면 그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을 완전히 흘려들어야 한다.

가스라이팅이 세뇌 수준까지 갔다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러므로 가스라이팅이 의심되는 초기에 빨리 알아차리고 빠져나와야 한다. 가스라이팅이 만연한 세상이니 정신 차려야 한다. 상대가 “네 문제야!”라고 말할 때, 아니다 싶으면 “그러는 네가 문제야!”라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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