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의 법으로 보는 중국 <84>] 공연 시장의 부활과 중국의 황소 잡기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23. 6.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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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중국에는 기차역을 오가는 손님을 위한 인력거꾼들이 역전에 대기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중국은 과거부터 사회주의 사상을 선전하는 공연, 무대 문화가 아주 발달했다.

중국에서 살던 시절에 보고 싶은 공연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도 공연 일자에 공연장으로 가보면 관람객과 황소들이 한데 뒤엉켜 몹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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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오래전 중국에는 기차역을 오가는 손님을 위한 인력거꾼들이 역전에 대기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역전이 생활 터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무원이나 기차 차장들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일부 붙임성 좋은 인력거꾼들은 이런 ‘관시(關係·관계)’를 이용해 차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사람들을 위해 차표를 구해주기도 했었던 모양이다. 또한 인력거꾼들은 매일같이 흙먼지 속을 땀을 흘리며 인력거를 끌다 보니 입고 있던 옷들이 누렇게 변색되는 일이 다반사였고 이런 모습이 흡사 황소 같아 보였나 보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연유로 황소라고 하면 암표상을 의미하게 됐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코로나19 봉쇄정책 종식으로 중국에서 다시 오프라인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만 놓고 봐도 2023년 1분기에만 유료 공연이 8982회가 개최됐고, 이에 입장한 관중 수만 연인원 187만6000명에 이르며 입장권 수입도 3억2500만위안(약 610억원)에 다다랐다고 한다.

그런데 공연이 활발하게 개최되는 것과 동시에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 입장권을 정해진 기한 안에 환불해야 한다는 안내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공연은 하나같이 표를 구하기 어려운 공연으로 유명한데, 어떻게 입장권의 환불에 관한 공지들이 계속 올라오게 된 것일까.

이런 공지는 암표상에게 입장권이 흘러들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즉, 중국의 공연장은 대부분 입장권 구입과 공연장 입장에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고, 표를 임의로 다른 사람에게 유·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한다. 특히 안면 식별, 신분증, 입장권 세 가지가 일치해야 입장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강력한 실명제라 해 ‘강실명제(强實名制)’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혹시 공연 표를 잘못 구입했거나, 갑자기 공연에 가지 못할 사정이 생긴 사람들에게 표를 다시 환불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를 계속 공지하는 것이다.

암표 행위에 관해 중국의 치안관리처벌법(治安管理處罰法) 제52조는 차표, 배표, 항공권, 공연 표, 체육 경기 입장권 또는 기타 유가의 입장권, 증빙을 위조, 변조, 암표 거래하는 경우 10일 이상 15일 이하의 구류에 처하고 1000위안(약 18만7800원) 이하의 과태료를 병과할 수 있다. 죄질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는 5일 이상 10일 이하의 구류에 처하고 500위안(약 9만3900원) 이하의 과태료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부터 사회주의 사상을 선전하는 공연, 무대 문화가 아주 발달했다. 이러한 시대의 문화 공연은 ‘문화사업’이라고 했고 문화사업은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개혁·개방 이후 문화사업에 점점 시장, 이윤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중국에서도 문화 산업이 발전하게 됐고 중국 문화 산업의 융성은 황소들이 활약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 중국에서 살던 시절에 보고 싶은 공연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도 공연 일자에 공연장으로 가보면 관람객과 황소들이 한데 뒤엉켜 몹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북돋아 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황소들의 암약으로 문화 산업의 질서가 문란해지는 것은 응당 방지해야 하겠지만, 문화와 만남을 위해 체온 없는 안면 인식 기술로 내 신분을 확인받아야 하는 삭막한 현실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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