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의 IT 월드 <9>] 주거 환경의 혁신…표준 등장으로 스마트홈 시대 열린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2023. 6.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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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스마트홈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스마트홈의 편리함,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것은 1980년에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이라는 개념으로 시작됐는데, 집안의 월패드를 통한 난방장치 조정 및 현관문 모니터링 등 단순 제어가 주된 기능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함께 유선인터넷 기반의 ‘홈 네트워크’ 시장이 성장했고 집 안의 유선망에서 근거리 무선망과 이동 통신망으로 넓혀 가면서, 사물인터넷(IoT)을 사용하는 스마트홈으로 발전됐다. 스마트홈의 목표는 우리의 주거 공간인 홈(집) 전체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사물을 지능화함으로써,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사물이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즉, 주거 공간인 집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인공지능(AI)이다. 따라서 스마트홈은 IoT의 연결성에 AI의 초지능이 더해진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 시대를 탄생시켰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술의 토대 위에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은 사물(Things)의 연결이 용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홈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제조사 기기 간의 상호 운용성 문제다.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스마트홈 연동 표준인 매터(Matter)의 등장으로 여러 플랫폼과 기기의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홈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소비자는 매터 로고가 있는 장치를 구매해서 사용하면 된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현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전 삼성전자 상무

‘매터’ 표준화로 스마트홈 확대

스마트홈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전 및 IoT 기기 제조사가 각기 다른 버전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홈 표준을 주도하려는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 자사 기기들만을 연동시키고 타사 플랫폼 간 연동을 막다 보니 기기 간 상호 호환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 하고자 2012년에 원엠투엠(OneM2M)을 시작으로 오픈인터커넥트컨소시엄(OIC), 오픈커넥티비티재단(OCF) 등 많은 표준이 나왔지만,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못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홈 디바이스 간 상호 연동을 고려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홈 시장의 개화를 촉진할 표준이 나왔다. 바로 매터(Matter)다. 2022년 1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스마트홈 글로벌 표준인 매터 1.0이 발표됐다. 매터는 IoT와 스마트홈 제품을 위한 연결 또는 상호 운용성 규약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스마트홈의 공통 언어다. 매터는 스레드,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매터의 경쟁력은 참여 기업과 확장성에 있다. 스마트홈 플랫폼, 가전, 반도체,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500여 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2022년 초기 버전인 매터 1.0에서는 스마트 전등과 전등 스위치, 플로그와 콘센트, 온도 조절 장치, 센서, TV를 지원하며 향후에 냉장고,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으로 확장 예정이다. 앞으로 소비자는 어떤 회사의 가전제품, 홈 IoT 제품을 구매해도 자유로운 연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터 주도하는 한국

매터는 2019년 IoT 글로벌 표준연합이었던 직비 얼라이언스(Zigbee Alliance·현 CSA)의 주도로 아마존, 애플, 구글 등의 플랫폼 사업자들에 의해 추진된 ‘CHIP(Connected Home over IP)’라는 프로젝트가 2021년 5월 스마트홈 표준으로 개명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매터는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서 운영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CSA 의장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매터 발표 이후 첫 정례회의를 지난 3월 한국에서 개최했다. 국내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경동나비엔, 코멕스 같은 업체들은 자사 제품에 매터 표준을 우선 적용하고 있다.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까지 매터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매터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주도해 만든 표준이라 그동안 가전사업 분야에서 활용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글로벌 표준인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가 있다. 매터와는 다르게 냉장고, TV, 에어컨 같은 대형 가전을 연동하는 데 활용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렉트로룩스, 제너럴일렉트릭(GE), 아르첼릭, 그룬디히 등 주요 가전업체 13곳이 HCA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 2022’에서 13개 회원사 간 가전제품 연동이 시연됐다.

스마트홈 서비스 고도화 나선 삼성·LG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가전을 제어·관리하는 ‘스마트홈’ 사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LG전자는 ‘LG씽큐’라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매터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Smart-Things Home Life)’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AI 전력량 절약모드’ 기능은 매우 유용하다. 각 가정에서 스마트싱스에 연동된 기기들의 전력량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어서다. 여름철에 이 기능을 사용하면 에어컨을 비롯한 여러 가전제품의 전력 사용량을 확인해 누진 구간에 도달하기 전 절전모드를 작동시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기능은 에어컨뿐 아니라 냉장고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사용 전력 목표치를 설정해 놓으면 AI 기반으로 매일 사용 전력 목표치와 예측 사용량을 비교해 알려준다. 예측 사용량이 목표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사전에 제품을 절전모드로 작동시켜 사용 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에 연결된 조명, 커튼, 전원 콘센트 등 제품들을 앱에서 켜고 끄는 것도 가능하다. LG전자도 씽큐 앱(LG ThinQ) 서비스를 통한 에너지 절감 기능을 계획하고 있으며, 스스로 가전의 기능을 향상하는 ‘LG 업(UP)가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했다. 제품 구매 후에도 사용자에게 필요한 성능과 기능을 사용자 맞춤으로 변경할 수 있다. 최근 출시한 무드업 냉장고는 냉장고 색상과 공간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씽큐 앱에서 원하는 색상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색상을 바꾸기 위해서 패널을 바꿀 필요도 없다. 이 기능은 LG전자에서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On-Device) 시스템 반도체인, AIoT 전용 칩(LG8111)과 연동돼 처리된다. 이 칩에는 AI 가속기가 탑재돼 있어 음성 인식 기능도 처리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0년 608억달러(약 80조3228억원)에서 2025년 1785억달러(약 235조816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홈이 급성장하는 미래 핵심 유망 사업으로 부각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이고 애플의 참여로 스마트홈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스마트홈 전용 아이패드를 개발 중이다. 이 제품에는 온도 조절 장치, 조명 제어, 화상 통화 기능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올해 1월 매터를 지원하는 스마트홈 스피커인 홈팟 2세대를 발표했다. 이 홈팟에 애플TV를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스마트홈 시장이 확대되면 스마트홈의 ‘All-Connectivity’ 강점이 오히려 개인 정보 유출 면에선 취약할 수 있다. 하나의 기기가 사이버 공격을 받게 되면 수많은 스마트홈 기기가 한꺼번에 해킹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강도 높은 보안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 소비자들의 스마트홈 이용을 늘리기 위한 제조사들의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 아직 스마트홈 환경에서 사용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편리함과 실용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고객 관점에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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