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세금 채찍’ 대신 ‘지원금 당근’ 필요한 글로벌 기후 정책

피넬로피 코지아노 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2023. 6. 5. 1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승인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국제적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CBAM은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해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올해 10월부터 2년 3개월간은 탄소 배출량 보고만을 의무화하지만,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한다. 로이터는 5월 16일(이하 현지시각) 인도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CBAM을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가 인도산 철강, 철광석, 시멘트 등 고탄소 제품 수입에 20~3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이에 대한 구제책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CBAM에 의한 부과금을 ‘무역장벽’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미 유엔의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들며 CBAM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반발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CBAM의 설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비영리단체 유럽기후변화지속가능전환협의회(ERCST)의 안드레이 마쿠 소장도 3월 2일 “WTO 체제에 CBAM이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CBAM은 WTO의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EU는 CBAM이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리엄 가르시아 페러 EU 집행위 대변인은 “환경보호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적인 움직임”이라며 “CBAM은 유럽 시장 폐쇄가 아닌 무역 시장 개방을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필자는 이처럼 ‘탄소세’ 부과가 거센 반발을 사는 만큼, 실용적인 기후변화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분열된 세계경제 속에서 다자간 환경협정 또한 지켜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17년 6월 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이후 다자간 환경협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필자는 대신 “인도와 같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에 세금 인센티브나 보조금을 지원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안드레이 마쿠 유럽기후변화지속가능전환협의회(ERCST) 소장이3월 2일(현지시각)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 한국무역협회·셔터스톡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주장이 마침내 잠잠해졌고, 이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세계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구 온난화 완화 정책의 이행이 더 이상 지연되면 탄소 저배출 경제로의 전환에 드는 경제적 비용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피넬로피 코지아노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 전 ‘아메리칸이코노믹리뷰’ 편집장

더 큰 문제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전략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최선의 해결 방안으로 ‘탄소세 부과’를 제시하고 있지만,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 이 방안은 정치적인 이유로 실현될 수 없다.

논평가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다자간 국제 공조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가 국경을 넘나드는 ① 외부 효과인 만큼 전 세계의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탄소세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주장 역시 무시당하고 있다. 세계경제 분열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에 직면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국경을 넘어 기후 관련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만, 한계에 직면했다. 이러한 노력은 ② 다자주의(multilateralism) 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현되기가 어렵다. 제한된 재정 자원과 상충한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국가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화석 연료가 풍부하지만 다른 일부 국가는 에너지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세계은행의 자금 조달 방안은 완전히 재구성돼야 한다.

기후변화 정책의 여러 한계를 감안할 때, 실용주의는 가장 큰 오염원에 중점을 둘 것을 요구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은 소수의 국가에만 집중돼 있다. 중국·미국·EU·일본·러시아가 전체 배출량의 63%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오염국 중 저소득 국가는 드물다. 해당 그룹에서 가장 가난한 중국은 전체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며 절대적인 수치로 볼 때 단연코 현재 세계 최대 오염원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으며, 이는 희토류가 풍부한 중국에서 성공적인 전략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인도는 현재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의 (인구 등) 규모와 성장 궤적을 고려할 때 더 강력한 기후 정책이 있지 않는 한 중국을 제치고 주요 오염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의 탈탄소화를 돕는 것, 특히 인도를 목표로 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의 큰 장점은 점점 더 세분화하는 세계에서 다자간 접근 방식을 채택하려는 정체된 시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기후 프로젝트에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모든 나라가 동참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다자간 접근 방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WTO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다자간 협정의 모든 조항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WTO는 점점 마비됐고, 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까지 받고 있다.

물론 인도도 쉽게 기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인도는 석탄이 풍부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를 만한 인센티브가 국민의 건강 외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에는 채찍이 아닌 당근이 필요하다.

탄소세를 시행하라고 압박하는 채찍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세금 부과는 미국처럼 국내의 대규모 반대에 직면할 수 있어 효과적이지 않다. 미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실패한 상황에서 중하위 소득 국가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은 불공평하므로 도덕적으로도 반대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는 현재 세계 최대 오염원이긴 하지만 현재의 기후 위기를 초래한 과거에 누적된 배출량에 대한 책임은 거의 없다.

대신 친환경 에너지 지원을 위한 세금 인센티브나 보조금의 형태인 당근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정책과 함께 사용된다면 기업이 더 까다로운 환경 기준(③ 배출권 거래 제도와 관련된 기준)을 쉽게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든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부유한 국가들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인도가 새로운 중국이 되든 아니든, 인도가 새로운 대규모 오염원이 되지 않도록 막는 것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금전적 거래 없이 어떤 경제 주체의 행위가 제삼자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 시장 실패의 한 원인이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보상 등 금전적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로 인한 사회의 비용 증가는 부정적 외부효과, 신기술 개발 등으로 인한 사회의 편익 증가는 긍정적 외부효과로 볼 수 있다. 외부 효과에 따른 시장 실패를 막을 수단으로는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 세금 부과, 보조금 지급, 당사자 간 협상 등이 있다.

② 여러 나라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체를 두고 각국이 체계·규범·절차를 준수하는 형태의 접근 방식. WTO나 우루과이라운드(UR), 도하개발어젠다(DDA) 등이 대표적이다. 대조되는 개념으로는 양자주의, 지역주의 등이 있다.

③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에서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 이행에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국가마다 연간 배출허용량을 할당한 뒤, 의무감축량을 초과 달성한 국가가 초과분을 다른 국가와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배출권의 가격과 거래량이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시장 전체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