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10%도 안되는데···PF 냉각·치솟는 공사비에 부실 심화

김연하 기자 2023. 6. 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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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택 도산 공포]부동산 침체 직격탄 맞은 지주택
조합원 신용대출로 브리지론 삼아
공매땐 계약금 날리고 빚도 떠안아
사업 추진과정 사기범죄 부지기수
대전 용운동 사업 업무대행사는
광고비 등 수십억 날리고 잠적도
오남3지주택 사업 현장인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리 726-1 일대 전경 사진=카카오맵 캡쳐
[서울경제]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들로부터 걷은 돈이 158억 원인데 땅은 1평도 사지 않았고 광고비 등에만 수십 억 원을 지출해 고작 4억 원만 남았다고 하니 기가 찹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대전 용운동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의 한 조합원은 이같이 울분을 토로했다. 이 추진위의 업무 대행사가 올 초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연 설명회에서 사실상 조합이 파산 상태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무 대행사에 따르면 추진위가 그간 조합원들로부터 걷은 금액은 총 158억 7020만 원이다. 이 중 50억 4650만 원이 광고비로 지출됐으며 분양 수수료와 업무 대행비, 홍보관 공사비로 각각 37억 9280만 원과 35억 1780만 원, 21억 9890만 원이 쓰였다. 토지 매수에는 1원도 쓰이지 않았지만 신탁 계정에 남은 돈은 겨우 4억 2759만 원(4월 7일 기준)이 됐다. 이 와중에 수천 만 원의 홍보관 임대료는 미납 상태다. 거액의 돈을 추가로 들이붓지 않고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업무 대행사는 이 같은 설명회를 연 뒤 잠적했고 조합원들은 업무 대행사 관계자와 추진위의 전 임원, 신탁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전용면적 84㎡ 아파트 한 채를 받는 조건으로 현재까지 약 8500만 원을 냈는데 전부 날리게 됐다”며 “자식들에게 주겠다면서 여러 채를 계약하거나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 추천한 분들도 있어 피해가 극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지주택 사업은 성공률이 10%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 임원이나 업무 대행사 등이 조합원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냉각, 공사비 인상 이슈 등까지 겹치면서 문제를 겪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3월 사업 부지가 공매에 넘겨진 경기도 남양주 오남3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들도 연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조합은 새마을금고 등 대주단으로부터 200억 원 상당의 토지담보대출을 받았는데 대주단이 일부 조합원들의 소송을 통한 압류 등으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며 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부지를 공매에 넘겼다. 조합이 공매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당장의 공매 절차는 중지됐지만 수의계약 가능성도 남아 있어 조합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공매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자산신탁 관계자는 “그간 8차까지 진행된 공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고 수의계약은 지금이라도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1차에서 420억 원이었던 최저 입찰가는 210억 원으로 낮아졌다.

부지가 매각되면 조합원들은 수천 만 원의 계약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빚까지 떠안게 된다. 지주택 사업의 경우 조합의 주선으로 조합원들이 받은 신용대출을 브리지론으로 삼는데 조합 해산 시에도 개별 조합원이 채무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택의 경우 토지 확보에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한 두세 번의 대출 연장이 필요한데 연장이 막히거나 이자가 급등해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시공사 구하기도 쉽지 않다. 부산 감전동지역주택조합과 지난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던 반도건설은 올 3월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최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정비사업을 보다 까다롭게 선별하는 상황에서 조합의 업무 대행사가 다른 사업장에서 갚지 않은 9억 원가량의 미수금으로 조합의 사업비가 일부 압류됐기 때문이다. 현재 사실상 사업을 위한 계좌가 모두 막혀 조합은 신규 조합원 모집 등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자금줄이 막혀 토지 매수는커녕 조합 운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택의 경우 업무 대행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업체들이 영세해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조합원들에게 계약금 수천 만 원을 받아 일부만 토지 매입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운영비로 사용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른 현장으로 옮겨가는 식이 많다”고 지적했다.

올 4월 일반분양을 진행한 울산온양발리스타 지역주택조합(울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루츠)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하청 업체에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한때 공사가 중단되는 문제를 봉합해 안심한 것도 잠시 이번에는 시공사인 신일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울주군청 관계자는 “현재 회생법원에서 법정관리 심사를 하고 있어 회생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도급 업체들은 사업장을 떠난 상황으로 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계속 동향을 파악하고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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