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넣는 수비수·산소탱크 … 4강 이끈 '승리 방정식'
날카롭게 공을 올리면 머리로 받아 넣는다.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이 6개월간 가다듬은 '승리 방정식'으로 U-20 월드컵 2회 연속 4강 진출을 이뤘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6일 (한국시간)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 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 대회 8강전에서 연장 끝에 1대0으로 승리해 4강에 올랐다. 흥미로운 건 토너먼트 2경기 연속 세트피스로 승리를 챙긴 점이다.
전·후반 90분 동안 나이지리아의 파상 공세를 막아낸 한국은 연장 전반 5분 이승원(강원 FC)의 코너킥을 최석현(단국대)이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승부를 갈랐다. 16강 에콰도르전에서도 이승원의 코너킥과 최석현의 헤더골로 3대2 승리를 거둔 데 이어 김은중호의 토너먼트 주무기로 떠올랐다. 둘은 오는 9일 오전 6시에 열릴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원의 자로 잰 듯한 날카로운 킥과 적절한 위치 선정에 이은 최석현의 타점 높은 헤더는 U-20 대표팀의 주득점 루트로 공들여왔다. 축구에서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는 상대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 한국이 준우승했을 때도 이강인을 필두로 한 세트피스가 큰 위력을 발휘했다.
김 감독은 이미 올해 초 U-20 아시안컵을 치르면서부터 세트피스 훈련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왔다. 김은중호가 이번에 치른 5경기에서 터진 8골 중 4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이 중 이승원은 코너킥으로 3골, 프리킥으로 1골을 도왔다. 조별리그 1차전인 프랑스전에서의 선제골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만 공격포인트 5개(1골·4도움)를 기록했다. 토너먼트에서만 2골을 넣은 최석현은 '골 넣는 수비수' 본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2003년생 동갑인 최석현과 이승원은 대학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동기다. 이들을 발굴하고 키워왔던 박종관 단국대 감독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승원이는 볼 배급 능력이 타고났고, 석현이는 순간 스피드와 탄력이 골고루 좋고 제공권이 뛰어나다. 두 제자의 조합으로 U-20 월드컵 4강을 이뤄 대견스러웠다"고 말했다.
2경기 연속 결승골을 넣은 최석현의 주포지션은 중앙 수비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최석현은 키 178㎝, 몸무게 70㎏으로, 보통 180㎝를 넘는 중앙 수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체격 조건을 지녔다. 박 감독도 처음에는 최석현의 빠른 스피드를 보고 오른쪽 측면 수비 자원으로 선발했다.
그러나 훈련과 실전을 통해 최석현이 몸싸움에 능한 것을 눈여겨봤다. 그리고 중앙 수비로 전환시켰다. 박 감독은 "신장이 크지 않아도 제공권과 대인 방어 능력을 보면서 석현이에게 중앙 수비를 맡겨도 괜찮다고 봤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김은중호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이승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핵심 플레이어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15.7㎞를 뛰어 왕성한 활동량을 과시했다. 중원에서 많이 뛰면서도 공격·수비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동료들 간의 연계 플레이를 이끌며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다. 박 감독은 "승원이를 보면 현역 시절 박지성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팀에서든 산소 탱크 역할을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대학 입학 전까지 연령별 대표팀 경험이 없던 이승원은 대학 1학년에 각종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고서 지난해 12월 강원 FC에 입단했다. 하지만 아직 K리그1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무명 선수다. 박 감독은 "U-20 월드컵이 선수들이 크게 성장할 기회가 됐겠다. 제자들이 준결승, 결승까지 올라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역사를 쓰길 바란다"며 응원을 보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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