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불면 휘청이는 韓 … AI·비메모리로 무장한 美·대만은 '꿋꿋'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6. 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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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실적 비상 ◆

"글로벌 경기변동에 따라 실적이 급등락하는 한국 상장사 수익구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일본·대만·중국 등은 정부 지원 아래 인공지능(AI) 플랫폼, 주문형 비메모리 설계·제조, 반도체 장비와 소재, 모빌리티 빅테크 등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돈을 버는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올 2분기 한국 상장사 영업이익이 40% 이상 줄어드는 반면, 미국·대만·일본 등 각국 상장사가 선방하는 것은 주력 산업 구조 때문이다.

대표 산업인 반도체는 메모리 위주에서 벗어나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 반도체 설계 등으로 확장하기 위해 수 년째 몸부림치고 있지만, 수익성을 개선할 만한 수준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선전 중인 2차전지와 전기차 관련 상장사는 수 년간 막대한 투자가 예고돼 있어 단기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신사업이 수익성에서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막대한 투자와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현재 캐시카우가 제 역할을 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경기 불황이 겹치면 실적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순이익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90곳의 영업이익 총합 전망치는 32조9936억원으로 전년 동기 57조3140억원 대비 4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44조2601억원에서 23조1321억원으로 4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을 제외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6조4091억원으로 전년 동기 39조244억원에 비해 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순이익도 같은 기간 30조2844억원에서 24조8855억원으로 18%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5일 일본 도쿄 시내의 주식 현황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3만2120.56으로 마감했다. EPA연합뉴스

반도체 외에도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 대부분이 경기에 민감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해외기업은 경기변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산업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 현 주력 산업이 부진한 경우엔 새로운 성장산업을 돌파구로 찾는 점 역시 해외 기업 이익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이유 중 하나다.

일본 대표 지수인 토픽스에 포함된 일본 상장사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감소할 전망이지만 감소폭이 7.8%로 한국의 40%가 넘는 수치에 비해서는 선방한다는 평가다. 일본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으로는 테크 섹터의 도쿄일렉트론, 소비재 섹터의 소니·닌텐도, 상사·기계 등이 포함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경기 민감도가 낮고, 소니·닌텐도와 같은 소비재 및 정보기술(IT) 섹터 기업은 엔저에 따른 수출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빅테크 기업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선방하면서 이익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미국 빅테크의 경우 광고 매출이 큰 기업은 경기가 둔화하면 큰 타격을 받기도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 등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영역으로 다각화하면서 실적 변동을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CSI3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은 올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2분기부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7%대로 안착할 전망이다. 순이익 예상 증가폭은 올해 들어 하락하고 있지만 일부 바이오·미디어 등 새로운 성장 산업이 공백을 메워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2차전지 등 주요 신사업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거대한 내수 시장을 토대로 한 혁신 기업이 수익성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유럽 대표 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600지수에 포함된 상장사도 순이익이 전년과 거의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경기민감 산업 편중이 장기 고착화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경기가 올 하반기에 예상대로 반등한다면 국내 상장사 이익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지만 언제든 또다시 출렁거릴 수 있어 위험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준석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2~2021년까지 한국 상장사 자산 구성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 투자는 선진국과 비교해 높으나 무형자산 비중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무형자산 투자가 선진국만큼 늘지 않는다는 점은 결국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이 뒤처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중국 경제구조의 변화와 미·중 갈등 때문에 국내 수출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주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산업구조에 대한 불안은 주식시장 전망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점진적인 미국 경기 둔화 국면에서 2분기~3분기 초·중반까지는 중국 경기 회복, 수출 개선, 반도체 업황 및 실적 턴어라운드에 힘입어 코스피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3분기 중반 이후에는 해외 시장 상황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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