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 하면 과묵해지는 것 같아요[아미쌤의 기승전 영어]

기자 2023. 6. 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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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말할 때 우리는 정확하면서도 거침없이 소통하는 능력을 원한다. 그런 능력에는 거침없이 말하지만 ‘정확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확하게 말하느라 ‘유창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약간 틀리긴 하지만 거침없이 말하는(wishy-washy) 모습은 일단 소통이 답답하지 않아 언뜻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그 반대편에는 영어만 하면 과묵해지는 ‘회피 전략(avoidance strategy)’의 모습도 있다.

며칠 전 박명수의 유튜브 채널에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Jisoo)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녀는 K-pop 셀럽으로 활발한 글로벌 활동을 하기에 아무래도 영어에 대한 노출은 부담일 것이다. 이에 진행자 박명수가 “영어는 이제 잘하지요?”라고 묻자, 영어권 출신이 아닌 일명 토종 한국인인 지수는 “그냥 말을 잘 안 해요. 알아듣지만 굳이 나서지 않아요”라고 말해 웃음을 주었다. 블랙핑크 그룹에는 해외파 멤버들이 있기에 재치 있게 말한 것인데, 사실 필자도 그런 상황이 무척 공감좼다.

외국어 학습에서 학습자의 회피 전략은 흔하며, 이는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노력, 실수에 대한 두려움, 낮은 언어적 자존감, 언어적 평가에 대한 불안함, 이해와 수용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상황 등에 기인한다. 그 종류도 다양한데, 익숙한 발음만 선호하고 어색한 발음은 회피하는 ‘발음 회피’, 익숙한 단어만 사용하는 ‘단어 회피’, 어려운 문법 구조를 피하는 ‘통사적 회피’, 특정 주제나 낯선 상황을 기피하는 ‘주제 회피’와 ‘상황 회피’ 등이 있다. 예를 들면 단어 ‘rural(시골)’의 경우 발음이 어려워서 이 단어를 아예 쓰지 않거나 필요한 경우 ‘country’로 대체해서 쓴다든지, ‘deforestation(산림벌채)’라는 단어가 어려워서 회피하거나, 필요한 경우 ‘cutting down trees’라고 풀어 쓴다. 정치 주제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고 모국어로도 말하기 힘든데 영어로 꼭 말해야 하나 하면서 ‘주제’를 회피한다든지, 아예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회피 전략은 어색한 외국어 자아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잘하는 부분의 의사소통만이라도 실현시켜 주어 자신감을 북돋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완전한 학습을 방해하고 올바르지 않은 언어 사용의 화석화를 초래하기에 좋지 않다. 회피 전략을 줄이기 위해 교사는 옳고 그름의 평가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적극적인 언어 사용을 격려하며,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활용되는 지지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건설적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사실 언어가 펼쳐지는 냉혹한 실제 상황은 교사가 있고 실수를 용인하는 배움의 교실이 아니기에 매우 어려울 수 있다. 해외 거주로 인해 영어가 자유로운 블랙핑크 멤버 ‘제니’도 “영어로 말할 때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노력한다(try to keep it cool)”라고 말했다.

학습자는 언어적 안락함 지대(linguistic comfort zone)에서 벗어나 위험을 무릅쓰고(take risks),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발화하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영어 학습에서뿐 아니라 일반 성취 과정에서도 동일한 가치다.


■아미쌤은 누구?

본명은 민아미다. 20년차 영어강사로 현재 대치동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영어교육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한국강사신문 칼럼니스트 겸 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적중! 영어독해중등3 꿈틀’ ‘적중! 영어독해중등1 꿈틀’ ‘고득점 수능듣기B형 고3 실전편RHK’ ‘고득점 수능듣기B형 고3 유형편RHK’ 등을 펴내기도 했다.

민아미(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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