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비대면 의료

2023. 6.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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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공찬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회장

되고 싶은 것과 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항상 격차가 존재한다. 1~2년 전까지도 지속 가능한 환경을 생각한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의 가능성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현실로 소개되고 있었다. "가능할까?" 비전문가의 상식이지만 평지가 부족하고 일조량이 월등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가능할지 의문스러웠다. 요즘 국도를 달리다 숲이 잘리고 무너진 태양광 시설들을 보면 의도대로 된 것 같지는 않는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가야 하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그 전환 시기에도 사람들은 살아야 한다. 비닐이 안 좋은 것은 알지만 대체물질이 나오기까지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정자들은 노르웨이의 복지와 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을 말하지만 그들은 바다에서 석유를 캐내어 그 일들을 감당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으로 대처하고 사는 나라의 비현실적 부분을 마치 우리도 따라 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들을 한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자동차가 나왔을 때 모든 마차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몇몇 사람들의 혜안과 의지로 마차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시대를 거쳐 지금의 운송체계가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다. 현실을 무시하고 모든 사람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실험적 관점에서 자동차를 의무화하고 마차들을 강제로 퇴출시켰으면 어떻게 됐을까. 혹은 앞으로 다가올 자동차 시대가 두려운 모든 말들이 집단파업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두 상황 모두 일반 대중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현실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자동차 자체의 발전은 당연하고 도로망과 연료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같이 발전했을 때 비로소 현재의 교통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 사회 스스로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순서대로 진행·발전한 것이지 누군가의 강제함은 없었으며 단계 또한 필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결국 인간 사회는 마치 생명체처럼 발전과 편의라는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얼마 전 동창 모임에서 비대면 의료가 안줏거리였다. 의사인 친구들은 "비대면으로 진료하면 동네 병원, 특히 소아과·내과 대부분이 없어지고 잘못된 진단으로 많은 환자가 피해를 볼 거야. 수술 시기를 놓치는 환자도 많을 거야. 그래서 안 돼"라는 의견을, 다른 친구들은 "야! 똑같은 약을 반복해서 받는데 매번 병원에 가는 건 환자의 편의를 무시하는 거야. 그리고 나도 유명한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어.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다 하고 있어"라는 의견을 내며 안주들에 침 폭탄을 쏟아냈다. 둘 다 맞는 이야기다. 의사 친구들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미래를 부정하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지구온난화를 알고는 있지만 아직 추운 여름, 더운 겨울을 원하는 것처럼. 지난 30~40년간 서서히 말라가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다시 채우기는 힘든 지금이 '의료 호수'의 마지막 달콤한 물방울인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멋진 미래를 꿈꾸고 아름다운 인류애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게 가야 할 곳으로 흐르고 있다. 결국 올바른 방향을 깨닫고 공론화해 자동차를 발전시키고 도로와 주유소를 먼저 준비하는 과정을, 태양광 실용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할 때 한 사회가 잘살 수 있는 자격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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