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자폭" "대선 美개입"… 野, 혁신수장 과거발언에 발칵

전경운 기자(jeon@mk.co.kr)위지혜(wee.jihae@mk.co.kr)이호준(lee.hojoon@mk.co.kr) 2023. 6.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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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혁신기구 수장 이래경 임명
이재명 "전권 맡긴다"했지만
황당한 과거발언 드러나 논란
홍영표 "임명 당장 철회하라"
이재명 리더십 타격 불가피
與 "李 보신용 괴담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 대표 뒤에는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김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5일 당 혁신기구 수장으로 선임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과거 발언에 당이 발칵 뒤집혔다. '자폭된 천안함 사건 조작' '한국 대선에 미국이 개입했다' 등 괴담성 발언이 줄줄이 알려지면서 당 내부에서부터 "당장 임명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혁신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이래경 이사장님을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언급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권 위임' 여부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혁신기구에서 제안하는 내용들을 지도부가 수용한다는 의미로 보면 맞는다"고 말해 '전권형 혁신기구'임을 시사했다.

1954년생인 이 이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부를 나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발기인으로 참여해 초대 상임위원을 지냈고, 현재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1984년 신원엔지니어링을 창업했고, 1988년 독일 호이트와 합작사인 호이트코리아를 설립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혁신기구의 의제나 기능이 아니라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부적절한 언행에 선임 직후부터 당내에서조차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라고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언론을 통해 "북한의 폭격일 것이라는 건 근거가 없다. 자폭일 수도 있다. 원인 불명이라는 게 제 입장"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외부 인사를 당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까지 나서 철회를 촉구했다. 최 전 함장은 이 대표를 향해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며 "오늘까지 입장을 밝혀주시고 연락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해촉 등 조치가 없으면 내일(6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 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연합뉴스

이 이사장은 극단적인 반미·친중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아마도 지난 한국 대선에도 이들 미 정보 조직들이 분명 깊숙이 개입했으리라"고 썼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쟁고아들을 보호한 푸틴을 전쟁 범죄자로 몰다니. 미 패권과 위선적 서방의 시대가 참말로 저물어가는 모양새"라며 푸틴 대통령을 옹호했다.

이 이사장 선임은 이 대표 측에서 주도한 것으로, 이날 아침까지도 당 지도부 일부는 이 이사장 선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이 이사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조금만 뒤져도 나오는 문제 발언들을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임명해 논란을 자초한 데 대해 "말이 되느냐"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이 이사장 선임 후폭풍이 거세게 일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가는 분위기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래경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며 "내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이사장의 천안함 발언에 대해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는 공식적 발표이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번 인선을 철회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여당도 이 이사장 인선을 맹비난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혁신위원장인지 '괴담위원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언행들"이라며 "민주당이 말하는 혁신이 더 강력한 괴담들로 이재명 리스크를 물타기하기 위한 '이재명 보신'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전경운 기자 / 위지혜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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