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中 향한 서방의 '은밀한' 손짓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6. 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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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내수시장 포기 못해
英·프랑스 등 물밑서 관계개선
머스크 여전한 中사랑도 눈길
한미일 동맹에 힘 쏟은 한국
中과 멀어지면서 적자폭 커져

영국 통상장관이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에 최근 비공개로 찾아가 현안을 조율했다. 영국 외무부 차관도 베이징을 방문했다. 영국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계기로 극심한 갈등을 빚었지만,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집권 보수당의 대중 강경 노선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이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외교 지형을 넓히려는 노력이다. 또 미국과 유럽이 중국과의 관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영국이 소외되지 않으려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0월 3연임을 확정하고 전면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한 이후 안방인 베이징으로 세계 정상들을 속속 초청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으로 달려가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과 경쟁하더라도 국익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생산공장이자 인구 14억명의 내수시장과 단절하기 힘들다. 이러한 취지에서 미국을 포함해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추구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호주 또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경제무역 관계를 복원하고 있다.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놓고 양국이 무역갈등을 빚은 이후 2년여 만에 해빙 무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과의 기싸움 속에서 고위급 회담을 재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지난달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것을 시작으로 미·중 통상·무역장관 회담이 이어졌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대면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기간에 미·중 국방장관 회동은 무산됐지만, 중국은 '정랭경온(政冷經溫·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따뜻함)' 기조에 따라 경제협력의 문을 전략적으로 열어놓았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 미국 기업인들의 중국행이 주목받기도 했다.

세계가 중국과의 대화 국면으로 급선회하는 가운데 한국도 고위급 회담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올해 들어 한·미·일 동맹관계를 굳건히 한 만큼 경제적으로 밀착된 중국과의 소통을 늘려 갈등 요인을 선제적으로 줄여나갈 때이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사업은 계속 어려워졌고, 한중 수교 이후 대중 무역적자가 최대 폭으로 커졌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중국으로부터 제2의 '사드 보복'이나 한한령까지 손 놓고 또 당할 수는 없다.

[강계만 워싱턴 특파원 kk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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