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과 을의 싸움'만 부추기는 최저임금 결정시스템 개혁해야 [사설]

2023. 6.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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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와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로 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따져 보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노동계 표심을 의식해 주먹구구식으로 인상해왔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뜯어고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3차 회의는 오는 8일 개최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한국노총 금속노련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노정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파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번 노동계와 경영계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해왔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이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7번뿐이다. 이는 합리적인 산출 기준 없이 노사가 합의로 결정하는 구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사가 인상률을 놓고 줄다리기하다가 합의가 불발되면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을 표결에 부쳐 결정하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가 인하를 주장하는 영세 소상공인과 인상을 주장하는 근로자 간 '을과 을의 싸움'을 부추겨온 셈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도 노동계는 24.7%,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어 심각한 갈등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에 달했는데 자영업자 부담 가중, 근로자 고용 불안 등 부작용이 더 컸다.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일자리는 5년 새 64%가 급증했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려다 고용이 되레 위축되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노사가 싸우다가 또 주먹구구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는데 더 이상 이래선 안 된다. 선진국들은 객관적이고 다양한 지표를 기반으로 전문가들을 배치해 인상률을 결정하고 있다.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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