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무대책, 불가능성 정리, 코스의 정리

2023. 6.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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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정리는 일종의 사고실험
완벽한 세상의 시장거래 상정
불가능성 정리는 목표 엄격해
사회 선호 도출 자체를 포기
둘다 자유방임 절대논거 아냐

"경제라는 것은 대통령이 살리는 게 아닙니다."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말입니다. 정부 개입 최소화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권하에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상식으로 알아둘 만한 경제학 개념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케네스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입니다. 애로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사회적 선택이 가능한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자 감세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찬성, 중립, 반대로 나뉘어 있다고 합시다. 서로 다른 선호를 집계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애로는 다섯 가지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는 사회적 의사결정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학 모델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자유방임주의자는 불가능성 정리를 좋아합니다. 불가능성 정리를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공익, 사회적 목적, 공공선과 같은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선호가 존재 불가능하니 정부 개입의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정치체제는 자유시장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둘째, 코스의 정리입니다. 거래비용이 없고 재산권이 설정돼 있다면, 시장 참여자는 자발적 협상을 통해 외부성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층간 소음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아래층 거주자의 피해가 크지만 위층 거주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합시다. 이 경우 아래층은 위층이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하고 더 이상 소음을 내지 않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층 거주자가 소음 발생을 통해 얻는 혜택이 크지만 아래층 거주자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이제 위층은 아래층에 금액을 제시하고 마음껏 소음을 낼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에서 보듯이, 위층과 아래층 중 누가 권한을 가지고 있든지 상관없이 사적 협상은 사회적 최적 상태를 달성합니다. 아래층 피해가 크면 소음은 사라지고, 위층 혜택이 크면 소음은 효율적으로 방치될 것입니다. 코스의 정리는 세상의 모든 이해 충돌에 대해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해 충돌이 벌어지는 현상에 재산권을 정의하고 서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시장 실패 현상인 외부성이 존재할 때도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불가능성 정리와 코스의 정리는 정말 자유방임주의를 지지할까요? 복잡한 속내를 이해해야 합니다. 아마르티아 센은 애로의 분석이 지나치게 엄격한 목표를 요구한다고 지적합니다. 부자 감세에 대한 찬성, 중립, 반대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도 최선의 대안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센의 연구에 따르면 애로가 설정한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사회 구성원은 첫 번째로 좋은 대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셋째로 좋은 대안의 순위 매김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회 선호 도출을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널드 코스 본인은 '코스의 정리'가 회자되는 것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코스의 정리는 거래비용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코스는 이를 일종의 사고 실험으로 생각했습니다. 완벽한 세상이라면 시장 거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 거래비용이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정부가 어떤 식의 개입을 해야 하는지를 질문할 수 있습니다. 코스 본인은 코스의 정리가 소비되는 방식에 대해 '칠판 경제학'이라고 수없이 비판했지만, 그가 속한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은 자유방임의 우월성을 주창하기 위해 단순하게 왜곡된 형태로 코스의 정리를 유통했습니다.

[김재수 美인디애나-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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