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중남미 직항 물류공급망 구축 시급하다

2023. 6.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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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기 이전 세계 최대 양질의 바나나 생산지인 남미 에콰도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농장에서 친환경 유기농으로 재배한 바나나를 직접 맛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필리핀산 바나나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미 국가들은 비교적 덜 오염된 과일 등 농산물이 풍부하다. 그러나 한국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이러한 질 좋은 농식품들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이며, 그 주된 이유는 두 지역을 잇는 물류 수단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남미 지역이 기존 원자재와 전략물자 공급처의 대체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중남미 원자재와 곡물 등의 가치가 상승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남미 물류시장은 2023년 현재 인구 6억50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8.2%를 차지하며 평균 연령 29.6세의 젊은 소비시장으로서,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요구와 좌·우파 대립 및 자원 보호 등을 앞세운 불안 요인이 상존하지만 코로나 등 특별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GDP 성장률이 연평균 3.5%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세계 대륙권역의 중요한 한 축이다.

주로 자동차 수출을 위주로 하는 멕시코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1차 산업과 원자재 등의 수출국이고 소비재의 수입국이다. KOTRA 통계에 의하면 동북아 주요국인 한·중·일과 중남미 간 교역품은 비교적 유사한 패턴을 보이며 품목에 있어 주로 철광석, 리튬, 동광, 사료 등의 원자재와 닭고기, 커피 등의 농수산 식품 및 기계류, 철강, 전자기기, 플라스틱, 생활용품, 임가공식품, 자동차 등이 주류를 차지하고,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위의 교역 대상국이며 한국과 일본이 각각 5위와 6위의 순위를 점하고 있다. 근년에 들어 우리나라 전체 소비재 수출 증가율은 16.5%지만 대중남미 수출 증가율은 46.9%로 약 3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 중남미는 거리상 상호 비교우위의 교역상품을 경제적인 물류 수단으로 공급망을 실현하기는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현재 여건상 남미와 한국 간 교역품이 이동하는 물류 기간은 30∼35일이 소요되어 공급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 운송 선박들이 미국을 거쳐 미주 서안의 여러 항만을 경유하기 때문이다.

중간 기항지를 경유하지 않고 한국과 남미 간 직항 물류망이 개설될 경우엔 15일 전후로 운송기간이 대폭 단축되어 물류비 등 경제적 편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친환경 고속 경제선 등의 첨단 수송 모드가 개발되고 있으므로 가까운 장래에 두 지역 간의 물류 인프라가 잘 연결되어 운송기간이 크게 줄어들고, 남미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신선한 농·수산품들을 접할 기회가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중남미 국가들은 한국과 오래된 전통 우방국들이며 경제협력도 급진전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중남미는 한국과 8개국이 4건의 FTA를 체결했고 파나마 등 중미 5개국은 이미 발효되었다.

미국의 중국 견제정책과 미·중 간 경쟁에 따른 공급망 영향으로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의 니어쇼어링으로 인한 상품 수출 유발 효과가 전망되는 상황이므로, 중남미 대륙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개될 국제무역에 연동되는 국제 물류시장에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 판단된다.

[김명재 목포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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