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공정경쟁 비웃는 넷플릭스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6.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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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왓챠.'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토종 3사에 경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023년까지 800만명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던 선두 업체 티빙은 지난 4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490만명으로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다. 웨이브의 경우 400만명대가 붕괴돼 380만명까지 떨어졌다. 두 토종 OTT 플랫폼이 지난 3년간 넷플릭스와 경쟁하며 얻은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무려 4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콘텐츠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왓챠는 이미 자본 잠식 상태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업체들이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넷플릭스의 막대한 '자금력'과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경쟁 우위 요소 때문이다. 그런데 토종 업체들은 이런 경쟁력 차이를 제외해도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시도할 수 있는 '룰 세팅'만이라도 바로잡아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망 사용료 무임승차다. 극심한 영업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업체들이 망 사업자들을 상대로 사용료를 내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시장 1위 사업자가 기본적인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만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 해 수천억 원의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도 한국 정부에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법인세 탈세 논란 역시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시장 반칙 행위로 꼽힌다. 한국 국세청이 2021년 탈세 혐의로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자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혐의로 이탈리아 검찰이 7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하자 넷플릭스는 군소리 없이 이탈리아 정부와 합의하고 벌금을 내는 이중 행보를 보였다.

국내 콘텐츠업계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다는 이유로 넷플릭스의 불공정 시비에 '면죄부'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토종 OTT의 공멸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불공정 요소를 바로잡고 적극적으로 생태계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재철 디지털테크부 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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