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원 전원 사퇴’로 공세 수위 높인 국민의힘
총선 전 선관위원 대거 교체하려 하나
당 관계자 “계속 흔들면 무너질 것”
국민의힘 의원들은 5일 자녀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감사원 감사 거부를 규탄하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원 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선관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원 구성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선관위는 이미 자정능력을 잃었다. 하루라도 빨리 썩은 부분은 도려내야 한다”면서 “채용 비리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노 위원장과 중앙선관위원 전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선관위를 향해 감사원 감사를 즉각 수용하고,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조직을 개혁하라는 요구도 담았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내부에서 어느 한 사람도 자정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한 몸처럼 쇄신을 막고 있는 선관위원들도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의총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관위원 전원 사퇴하고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비워야 새로 채울 수 있다”며 “그래야 ‘민주주의의 꽃’을 수호하는 헌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휴일인데도 이례적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연 데 이어 이날 의원들을 소집하며 선관위에 총력 공세를 벌이고 있다. 공세 수위도 ‘노 위원장 물러나라’에서 선관위원 전원 사퇴로 한층 높아졌다. 감사원 감사 거부를 근거로 자정 능력 상실이라고 주장하며 앞으로도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밀어붙일 태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밖에서 계속 흔들다 보면 선관위원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시 선관위가 민주당을 연상시키는 ‘내로남불’ ‘위선’ 등 표현을 사용 못 하게 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며 현재 중앙선관위원 구성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한다.
중앙선관위원은 모두 9명인데, 대통령 임명 3명·대법원장 지명 3명·국회 선출 3명으로 구성된다. 국민의힘 추천은 조병현·남래진 위원 2명뿐이다. 선관위원은 임기가 6년(상임위원은 3년)이라 현 위원들 임기는 2025~2028년에 끝난다. 2년 후에야 선관위원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여당이 내년 총선 전에 선관위원을 대거 교체하기 위해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감사원의 합동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일 선관위에 직무감찰을 위한 자료 요청 공문을 보낸 상황인데, 두세 차례 요구에도 계속 선관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검찰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지난 4일 노 위원장과 선관위원 전원을 감사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여당의 선관위원 전원 사퇴 압력에 감사원 수사 의뢰에 의한 검찰 수사,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상 중인 국회 국정조사, 전·현직 간부에 대한 경찰 수사 등 전방위적인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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