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우표 등장 소년부터…렘브란트 자화상까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인상파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정도로 빛 탐구에 몰입했던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는 죽기 전 본인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했다. 자기가 존경했던 화가 클로드 로랭의 작품 2점과 나란히 걸어 달라는 단서를 달고. 실제 이 작품들은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나란히 걸려 있다.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로랭은 고전적이고 이상화된 풍경을 그린 프랑스 화가로, 18~19세기 영국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작품은 약 200년 전 내셔널 갤러리 시작을 함께한 초기 소장품 38점 중 하나다.
대중적인 미술관의 대표 격인 영국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가 10월 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내셔널 갤러리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면서 보티첼리부터 고흐까지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 50명의 원화 52점을 통해 르네상스 이후부터 인상파까지 신의 시각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화하는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기획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력이 더해져 좀 더 교육적이면서 주제의식이 강해졌다.
선유이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예술이 보통 사람들, 모두를 위한 예술로 변화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를 잘 보여주는 피렌체 화가 보티첼리를 통해 선원근법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했고, 바로크 미술의 서막을 올린 탕아 카라바조의 대표작 '도마뱀에 물린 소년'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얻는다. 렘브란트의 63세 자화상은 빛의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는 명화로 잘나가던 젊은 시절을 지나 황혼기 늙은 화가 모습이 처연하다. 작가가 노인 초상을 연습하기 위해 그렸다는 해석도 있는 작품이다.
영국에서 워낙 인기가 있어 우표에 처음 등장한 그림인 토머스 로런스의 '찰스 윌리엄 램턴(red boy)'도 6세 아동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당시 유행하던 루소의 사상과 낭만주의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전체 작품 수가 많진 않지만 서양회화사에서 중요한 템페라, 유화물감 등 소재 변화 등을 소개하는 등 교육(NIE)적 측면에서 설명을 병치하고 마치 서양 회랑을 지나는 듯한 느낌의 설치 디자인, 미디어아트 활용으로 어린이 관람객들이 흥미롭게 감상하도록 했다.
내년 200주년을 맞는 내셔널 갤러리 소개 영상도 흥미롭다. 1824년 한 은행가의 기부로 시작한 이 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피해 작품을 시골의 수장고로 옮겨야 했다. 텅 빈 미술관에서 음악 공연도 했으나 런던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싶어 하자 매달 한 작품씩만 보여줬다고 한다. 많은 기증자 덕분에 수장고가 가득 찼다. 전시 마지막에는 초기 내셔널 갤러리를 미디어아트로 재현해 마치 내가 그 공간에 들어온 듯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도록 했다.
2600여 점 중에서 출품작 52점을 고른 후에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들이 우리 관람객들에게 적절한 주제로 풀어나갔다. 이 전시는 아시아 순회전으로 중국 상하이에서는 주로 거장들을 연대기 순으로 소개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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