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셧다운은 시간 문제…시멘트·철근값 인상에 전쟁터 된 공사판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6. 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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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시멘트공장 차고지에 시멘트 생산·공급 수급조절을 주장하는 건설노조 현수막이 달린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박형기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료가 올라가면서 철근업체·시멘트업체들이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사비 조정이 불가피해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시멘트회사 쌍용C&E는 다음 달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t)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신양회도 t당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가격을 올리겠다고 거래처에 통보했다. 지난해 두 차례 가격 인상에 이어 올해 또 가격 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전기로를 이용해 생산하는 철근 가격도 뛰었다. 대한건설협회 월간거래가격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고장력철근은 t당 99만5000원으로 어느덧 100만원대를 넘보고 있다. 올해 들어 산업용 전기료가 2년 전 대비 약 50% 뛰면서다. 시멘트와 철강업 등 원자재업체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에 달한다.

자연스럽게 건설사들도 원가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이미 다수의 정비사업지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가 논의되고 분양가격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자재를 확보해 두지 않은 신규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공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재개발조합은 시공 사업단과 공사비를 사이에 둔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지난달 계약을 해지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선경3차아파트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달 예정이었지만 공사 계약 해지로 사업이 중단됐다.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재개발조합도 시공 사업단과 공사비 문제를 놓고 맞서느라 지난달 추진하기로 했던 일반 분양을 연기했다.

서울 은평구 DMC파인시티자이도 입주를 두 달가량 남겨 둔 상황에서 공사비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느라 난항을 겪는 중이다. 건설사들도 수주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시멘트사가 제시한 가격 인상 명분이 부족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기 요금은 올랐어도 주요 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내렸기에 인상분이 과도하다는 반발이다. 실제로 시멘트 제조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값이 올해 들어 크게 하락했다. 국내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는 호주뉴캐슬탄(6000㎉ 기준)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톤당 345달러에서 400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50달러에서 160달러선을 넘나들고 있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자재수급이 불안해진다면 건설현장이 셧다운될 확률이 높아 내집 마련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제조원가를 자세히 파악하고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 사이에서 이슈를 조율하는 동반성장위원회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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