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명계·음모론 신봉 이래경 혁신위원장 선임···당내선 ‘부적절’ 철회 요구

김윤나영·탁지영·신주영 기자 2023. 6. 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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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쇄신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외부 인사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5일 임명됐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새 혁신위원장으로 ‘친이재명계’ 성향의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69)을 선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지키기 운동’을 제안한 시민사회계 원로로 천안함 자폭설 등 각종 음모론을 주장해왔다. 당 내에선 인선 철회 요구가 공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이 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우리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서울대를 나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발기인으로 참여해 초대 상임위원을 맡았다. 한반도재단 운영위원장, 사단법인 일촌공동체 명예회장,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 이사장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014년 창당한 새정치연합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친명계 시민사회 원로 인사다. 그는 이 대표가 2019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자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면 볼수록 이재명은 든든하고 윤석열은 불안하며, 알면 알수록 이재명은 박식하고 윤석열은 무식하며, 까면 깔수록 이재명은 깨끗하고 윤석열은 더럽다”는 글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윤가’ ‘조폭 집단’으로 일컬으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해왔다. 또 코로나19 미국 기원설, 천안함 자폭설,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선 개입설 등 각종 음모론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자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친명계 인사를 새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웠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혁신위원장에 친명계 인사를 내세운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번 인선이 비명계와 친명계의 대결만 더 강화하고 당을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다”며 “왜 이런 인선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혁신위가 현 지도부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모면책으로 제시된 허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을 ‘미국 패권 세력이 조작한 자폭 사건’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안함 유가족 등이 반발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현충일 선물 잘 받았습니다”라며 “해촉 등 조치 연락 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장병들이 찾아뵙겠다”라고 적었다.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 인선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홍영표 의원은 SNS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며 “혁신위원장 때문에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하면 결단코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상민 의원은 “당내 논의도, 검증도 전혀 안 됐고 오히려 이재명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기대할 것도 없겠다”고 비판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혁신의 첫 걸음부터 삐끗한 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당내에서는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인선을 발표하기 전에 SNS만 살펴봐도 문제가 되는 발언들을 걸러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인선 과정에서 당 의견을 두루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철민 의원은 SNS에 “누가 추천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혁신위원장 인선이 진행됐고, 인사 참사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직 후보자 검증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라며 “정당에서 검증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특별한 절차를 갖추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권 대변인은 이 위원장의 각종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자유인으로서 본인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선으로 이 대표 리더십은 또다시 상처를 입게 됐다. 민주당의 도덕성 논란을 극복할 새 혁신위원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인사 문제로 빛이 바랬다. 민주당은 이날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위원장 문제에 대해 결론 내리지 못했다. 권 대변인은 이 위원장 거취에 대해 “본인이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거취를 결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 거취 논란이 길어지면 혁신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이 대표의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론과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앞서 이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에도 늑장 대처했다는 당내 질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의 ‘천안함 자폭 조작’ 발언을 두고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는 공식 발표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위원장 인선을 철회할 생각이 있나’ ‘대통령을 비속어로 비하하는 것이 공당 혁신위원장으로 적절한가’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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