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네 번째 이야기[출판 숏평]
■투명한 힘(캐슬린 스튜어트 지음 / 밤의책)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사회학 용어를 포함한 그 어떠한 표상적 개념도 현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며, 비평이 아닌 관찰에 집중한다. 법과 제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일상 안에서 충격과 호응을 통해 생성되며 현재의 흐름을 만드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잡을 수도 없는 투명한 힘(Ordinary Affects)을 포착하려는 시도다. 당연하고 소소한 일들, 주변 환경, 사건·사고, 사회 문제 등을 암시적 묘사와 서사적 허구를 동원한 글쓰기로 담아내고, 어떠한 설명도 평가도 없이 그저 그것들을 응시한다. 이는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담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담기 위한 고군분투이며, 정답이 아닌 시작점이다. 진짜 인류학은 책을 덮고 나서 시작된다. (현다연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급류(정대건 지음 / 민음사)
사랑은 어디까지 이겨낼 수 있을까? 정대건의 ‘급류’는 극단적인 비극 앞에선 두 아이, ‘도담’과 ‘해솔’의 삶을 그려낸다. 스스로 짊어진 죄책감은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상처를 안긴다. 12년이 지나자 도담은 비극을 마주할 용기를 내고, 해솔은 비극의 진실을 토로한다. 그러자 도담은 묻는다. “…너는, 너를 용서했니?”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고 진실을 마주하며, 자신을 용서할 기회를 얻는다. 해솔은 죄책감에 짓눌려 도담에게 그 감정을 전염시켰던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 그 마음을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 비극 앞에 섰던 두 아이의 사랑은 그렇게 12년 만에 이뤄지게 된다. 작가가 말했듯이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흐르는” 기억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 그것으로 죄책감과 절망에 시달릴 때, 우리를 회복하는 길은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성장한다. (윤인혁 / 사회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김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아직 내 늙어감을 상상하지는 못한다. 먼저 늙어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와락 먹먹해진다. 가난한, 그렇기에 눈부시게 떳떳한 어떤 사람들의 주름진 얼굴에 내 미래를 대어 볼 때 자긍심과 포부만이 아니라 불안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퀴어인, 비혼인, 장애인인, 가족과 불화하는…… 저자와 인터뷰이들은 취약하지만 그렇기에 누군가를 품에 들일 준비가 돼 있다. 나도 이들처럼 가족, 세대, 계층을 넘어 돌보는 삶을 모색하는 멋진 할머니가 돼 가고 싶다.(서경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숨은 과학(김병민 지음 / 사월의책)
과학사에 있어서 가장 과학적이지 않은 단어 중 하나가 ‘세렌디피티’다. 우연한 발견. 하지만 그 행운을 얻기 위해서 수많은 실패와 분석을 하는 과정을 보았는가? 책을 읽는 동안 처음엔 이런 사실이 존재함에 놀라움과 이어서 ‘과정’에 빠져들게 만든다. 숨은 과학, 읽기 전 에피소드만을 보면 마치 일상 속 숨어 있는 작은 과학들에 대한 내용이다. 만년필, 스카치테이프, 에어컨 등 우리 일상에 이젠 당연해져 숨어 버린 이야기를 우린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지만 자세히 보니 단순히 익숙해져 일상 속에 숨어 버린 저 대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대상 속 숨어 있는 과학과 발견 과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만족하지 못한 결과와 실패에 지친 마음을 책을 통해 잠시나마 공감하고 경험한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한다. 오늘도 나의 세렌디피티를 위해 밤을 새우며 끝없는 디벨롭의 과정을 밟는다. 저자는 책에 과학만 담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 삶을 담았다. (김재훈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정지우의 문장은 묘하다. 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읽는 이의 심장을 움켜잡는 악력은 가공할 정도다. 정지우는 이 책에서 ‘글 쓰는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그는 글을 쓰는 노-하우(know-how)에 대해선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글을 쓰는 노-와이(know-why)’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에 관한 고민 없이 ‘어떻게’에만 집착해온 습관이, 글을 쓰는 우리의 태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음을 깨닫게 한다. 바로 이런 부분은 여타의 글쓰기 책들과 이 책이 확실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글 쓰는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병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정지우의 말을, 나는 망설임 없이 믿는다. (김성신 /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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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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