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서워 도망갔나봐”…텅 빈 오피스, 홍콩 최고갑부도 걱정이 태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입력 2023. 6. 5. 16:24 수정 2023. 6. 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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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금융통제·미중 리스크에
중심가 고층빌딩 공실율 25%
임대료 2018년 대비 30% 뚝
홍콩 [사진 = 연합뉴스]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이름난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이 전례없이 높은 공실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통제 강화와 미중 갈등으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타격을 받아 외국계 은행들이 대거 철수한 것이 주요인 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청콩 그룹 회장이 소유한 청콩 센터의 공실율은 25%에 달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기업 핸더슨 랜드그룹이 현재 건설중인 빌딩도 공실율이 70%에 육박한다. 공실율이 오르면서 이들 건물의 임대 가격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3월 홍콩의 고급 사무실 가격은 2018년 최고치 대비 26% 하락했고, 임대료도 4년 전 대비 29%급락했다.

재택 근무 확산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린 공통 원인으로 꼽히지만 홍콩 시장은 이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통제강화로 홍콩에 진출한 미국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거래가 둔화됐고 이들 금융기관이 철수하면서 공실율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 전문기업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그룹’에 따르면 4월 기준 홍콩의 A등급 상업용 부동산 사무실 공실율은 15%에 달했다. 이는 2019년 대비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미국 맨해튼(12.5%), 싱가포르(4.6%) 등과 비교해 훨씬 높은 공실율이다.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자, 외국계 은행들은 홍콩에서 사업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중국 투자를 위해 진출한 해외 금융기업들이 많아 금융업이 전체 사무실 공간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홍콩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사업 축소와 철수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건 스탠리는 홍콩의 아시아 태평양 투자은행 인력의 7% 감축안을 검토하고 있고 JP모건은 홍콩 본사 등 투자은행 인력 30여명을 이미 해고했다. 도이치방크, 스탠다드 차타드 그룹 등도 사무실을 비우거나 도시 외곽으로 이전했으며 페덱스는 홍콩에 있던 아시아 태평양 본사를 싱가포르로 조만간 이전할 예정이다.

외국계 기업들이 나간 공백을 중국 기업들이 충분히 대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기업 CBRE에 따르면 바이트 댄스와 페트로 차이나 등 중국 본토 기업들이 홍콩의 신규 임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과 2019년 평균 15%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11%에 불과했다.

임대 뿐 아니라 구매에서 중국 본토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8%로 코로나19 펜데믹 이전(19%)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에디 쿽 CBRE 수석 디렉터는 블룸버그에 “(홍콩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둔화될순 있지만,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현재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새로 짓고 있는 건물들이 상당히 많아 이를 감안하면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 과잉공급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국계 사모펀드(PEF) 임원은 블룸버그에 “가격은 떨어졌지만 해외 투자자들이 전망이 불투명한 홍콩 시장에 진입할 이유가 없다”며 “많은 외국인들이 떠나고 있는 홍콩의 모습은 다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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