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혁신위’ 닻 올리기도 전에 좌초 위기?
“천안함은 자폭설” 등 발언 논란에 이재명 “몰랐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 쇄신을 목표로 하는 혁신기구 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선임한 가운데 당 안팎으로 이 위원장의 '자격'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친이재명(친명)계 인사인 이 위원장이 당의 혁신을 주도하면 내홍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동시에 이 위원장이 과거 SNS를 통해 '천안함 자폭설' 등을 주장한 정황이 드러나자 이재명 지도부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오늘 민주당은 당의 혁신기구 책임자로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명예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날 임명된 이 위원장은 기업인으로 활동하며 독일 호이트그룹과의 합자 법인인 호이트한국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에서는 이 위원장을 '중도'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이 위원장이 특정 정치인이나 이념에 매몰되지 않은 정치 행보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실제 이 위원장은 과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14년 신당 새정치연합을 창당할 당시 참여해 안철수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친명계의 주장과 달리 이 위원장이 사실상 '이재명 팬'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2019년 이재명 대표가 친형의 강제진단 사건 관련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처음 제안한 게 이 위원장이다.
당내 소장파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이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그런데 어떻게 이재명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오히려 (이 대표 체제의) 결함을 더 증폭시키고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혁신위원장은 지도부 체제의 문제를 전제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인 만큼, 선정 경위부터 밝히라"고 촉구했다.
비명계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안을 만드는 전권을 혁신위원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원외 인사가 중립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당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는 취지"라며 "절대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가 아닌 전문성, 중립성, 민주성, 통합조정능력을 가진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언론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도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며 "과거 박재승,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기대와 역할을 되돌아보고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이 이사장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이 위원장이 당의 외연을 되레 좁힐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 위원장이 SNS를 통해 음모‧음해에 가까운 주장을 펼쳐왔다는 비판에서다. 앞서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지난 한국 대선에도 이들 미 정보조직들이 분명 깊숙이 개입하였으리라",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하여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패권 세력들", "건설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 반드시 퇴진 시켜야 한다"는 등의 게시글을 남긴 바 있다.
이에 여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혁신위를 띄우면 국민의힘은 긴장해야 한다. 그래야 건전한 상호발전이 가능한데 (민주당 혁신위가)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이재명 대표가 주도한 겉핥기 식 인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성 지지층만 결속하고 정치세력들을 불러 모아서는 내부 자정이 불가능하다. 민주당 혁신위 인사도 같은 맥락에서 기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간단하게 그분(이 위원장)의 발언과 행위를 추려서 살펴보니 저런 노선으로 갈 거면 김어준씨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는 것이 낫다"라며 "모든 면에서 그가 상위호환"이라고 비꼬았다. 같은 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0년 3월26일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되었고, 대한민국 해군 장병 46+1명이 백령도 앞바다에서 산화했다"며 "이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천안함 '자폭설'을 주장한 사람이 민주당 혁신위원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과 행보가 논란이 되자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공식적 발표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도 비판적 의견 나오는데 인선을 철회할 생각이 있는지', '대통령을 비속어로 비하하는 게 많던데 공당 혁신위원장으로 적절한지', '직접 추천한 걸로 아는데 지명 배경은 어떤 건지'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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