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국가배상' 추가 승소…1심 뒤집고 '국가책임' 인정
지난 3월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배상 소송이 승소로 확정된 가운데 다른 유족이 낸 배상 소송에서도 국가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안산단원고 2학년 A 군의 어머니 B 씨에게 국가가 4억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국가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1심 선고를 뒤집은 결과입니다.
지난해 11월 나온 1심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국가의 책임을 '전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당시 많은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낸 국가배상에서 여러 하급심들이 국가 책임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판결이었습니다. 특히 1심 법원은 참사 당시 해경 123경비정이 현장 상황을 파악해 퇴선명령 등 퇴선유도를 하지 않은 점이 인정됐던 여러 재판과도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1심 법원은 "당시 123정이 현장 파악에 실패했거나 적절한 초기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안경비용 소형 함정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선내 진입, 승객 퇴선 유도 등 적극적인 실력 행사가 수반되는 구조조치를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 법원은 해경이 필요한 구조 업무를 하지 않았던 점이 인정되는 만큼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 법원은 ▶123정 정장은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된 뒤 참사 현장 도착 전까지 한 번도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는 등 구조지휘를 하지 않았고 ▶현장 도착 뒤에도 선원과 교신을 통한 승객 퇴선유도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경비정 방송장비를 이용한 퇴선방송도 하지 않은 점 등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형사재판의 공소시효와 같은 '소멸시효'였습니다. 정부 측은 B 씨가 소송을 제기한 게 지난 2021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 3년이 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B 씨가 아들의 사망 사실을 7년 만에 늦게 알게 됐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1년 당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피해지원과 팀장은 B 씨가 이때까지 세월호 참사 국민성금을 받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팀장이 B 씨에게 연락했고 B 씨는 연락을 받고서야 "우리 A가 세월호 때문에 죽은 것이냐", "단원고를 다녔었느냐"며 사망사실을 알고 오열했습니다.
B 씨가 사망소식을 늦게 들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B 씨는 지난 2000년 A 군의 아버지와 이혼했고 이후 A 군은 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B 씨는 A 군 쪽과 별다른 연락없이 지냈고,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에도 A 군 아버지는 B 씨에게 A 군이 숨진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B 씨를 대리한 김도형 변호사는 "개인사가 있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7년 동안 사망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2심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받아들여 B 씨가 A 씨 사망 소식을 알게 된 게 2021년이고, 같은 해에 소송을 제기한 만큼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2심 선고가 나온 뒤 정부는 아직 상고 여부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1월 유족 200여 명이 국가배상 2심 재판에서 승소한 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명백히 확인된 이상, 신속하게 재판을 종료해 피해를 회복시키겠다"며 상고 포기 의사를 밝혔고, 이어 법무부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2심에서 확정됐습니다.
김 변호사는 "만약 소멸시효를 다퉈보겠다고 상고한다면 국가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좀 들 것 같다"며 정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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