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각'처럼, 그림을 '만들다'…이소정 개인전 '매미 날개'

김일창 기자 2023. 6. 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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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2에서는 이소정 작가의 48점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 '매미 날개'를 오는 24일까지 개최한다.

작가가 지지체로 삼는 '3합 장지'(壯紙)는 한국화에서 주로 채색화에 사용되는 두꺼운 종이로, 3장의 얇은 종이를 겹쳐 붙인 것이다.

이렇게 이질적인 요소들이 만나 강렬한 대비를 만들고 이를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작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련의 행위가 마치 '전각'을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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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2에서 24일까지
갤러리2에서 열리고 이소정 작가의 개인전 모습. (갤러리2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갤러리2에서는 이소정 작가의 48점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 '매미 날개'를 오는 24일까지 개최한다.

이소정의 회화는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그린다'는 것은 화면 위에 물감을 입혀가며 '형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나, 작가는 재료의 물성과 재료 간에 일어나는 현상을 활용해 '효과'를 만들고, 그 행위에 드러나는 결과를 보여준다. 작가가 자기의 작업을 '만든다'라고 표현하는 이유이다.

이전의 연작들에서는 그림을 제작하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었다면, 새로운 연작에서는 기존의 제작 방식과 더불어 '탈각'(脫殼) 혹은 '박피'(剝皮)라고 표현하는 새로운 과정이 더해졌다.

작가가 지지체로 삼는 '3합 장지'(壯紙)는 한국화에서 주로 채색화에 사용되는 두꺼운 종이로, 3장의 얇은 종이를 겹쳐 붙인 것이다. 3겹의 종이는 색과 먹을 머금으면서 각 층이 서로 다른 농도를 지니게 되고, 종이를 벗겨내는 방식을 통해 종이에 침투한 각 층을 찾아 나가게 된다.

손으로 뜯거나 칼로 오려내는 등의 방식으로 벗겨낸 부분은 형상이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한다. 또한 보는 사람에 따라 형상과 배경은 전환될 수도 있다.

종이의 층을 벗겨내는 것뿐만 아니라 색과 색이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효과도 중요하다. 작가는 종이를 한 겹씩 벗겨내는 과정과 더불어 각 층에 다른 색의 물감을 칠하는데, 이에 따라 층마다 다른 농도와 층위의 색과 효과를 만든다.

작가는 종이를 한 겹씩 벗겨내고, 색을 칠하고, 다시 벗겨내고, 밀랍을 사용해 보전하고 싶은 부분을 봉인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마지막 순간 종이를 뒤집어 뒷면이 그림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이질적인 요소들이 만나 강렬한 대비를 만들고 이를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작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련의 행위가 마치 '전각'을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부친으로부터 전각과 탁본을 배우며 들었던 '매미 날개처럼 하라'라는 표현을 기억했다. 매미 날개는 견고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면서도 조형미까지 있었다.

이소정의 작업은 우연성과 필연성, 색과 색, 재료와 재료, 종이의 앞면과 뒷면 등 경계에 대한 탐구와 해체로 귀결된다. 이는 서로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요소를 의도적으로 부딪히게 하면서도 그 결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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