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생글 기자가 간다] 아름답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향연 속으로

2023. 6. 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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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코프와 빌헬름 그림 형제가 1819년 발표한 동화 <브레멘 음악대>는 주인에게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당나귀가 늙은 수탉과 고양이, 개와 함께 음악대원이 되기 위해 브레멘으로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독일 북서쪽에 있는 도시 브레멘(Bremen)은 이 동화 덕분에 우리에게 왠지 익숙하게 느껴진다.

 주니어 생글생글 기자 8명이 지난달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초청 내한 공연을 관람했다. 브레멘 필하모닉은 대성당 오르간 연주자였던 빌헬름 프리드리히림이 1820년 창단했다. 역사가 무려 200년이 넘었다. 전통 깊은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간직한 채 매년 수십 회의 콘서트, 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과 음악 교육 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독일 작곡가 겸 음악가인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년)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브람스의 작품 중에서도 대작으로 꼽히는 ‘독일 레퀴엠’은 1868년 브레멘 오케스트라가 처음 연주했다. 브람스는 당시 직접 지휘를 맡았다.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난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가 이끌고 있다. 2018년부터 수석지휘자 겸 음악감독을 맡은 그는 “한국의 어린이 클래식 팬들을 만나 기쁘고 더 특별하다”며 “세계 어린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더 편안하게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독일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첼리스트 문태국이 협연했다.

by 문혜정 기자

 독일에서 200년 넘게 울려퍼진 아름다운 하모니


동화 <브레멘 음악대>로 익숙한 독일 브레멘이라는 도시에 2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오케스트라가 있다고 한다. 200년 전이면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였고 왕이 사는 궁에만 악단이 있었던 것 같은데, 브레멘에서는 그때 벌써 관현악단이 구성돼 멋진 음악을 연주한 것이다.

200년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브레멘 필하모닉’이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해 우리 집 근처인 세종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 취재하러 가게 됐다. 자리에 앉아 공연 관람 에티켓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조명이 어두워지며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가 앞에 있고 그 뒤에는 피리와 나팔등 관악기, 맨 뒤에는 심벌즈와 북 같은 리듬 악기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노래처럼 짧게 끝나지 않고 여러 악장으로 나뉜 교향곡이 몇십분 동안 연주됐는데 소리가 맑고 아름다웠지만 사실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떤 악기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면 그 악기 소리가 들리는 게 신기해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앙코르곡으로 ‘헝가리 춤곡’이 연주돼 반갑기도 했다.

두 시간 정도 이어진 공연이 끝난 뒤 마르코 레토냐 지휘자님과 인터뷰를 했다. 악단을 이끄는 지휘자의 책임감이 느껴졌고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바이올린 연주자 서지혜 님과도 인터뷰했는데,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공연장에 자주 와서 듣다 보면 친근해질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한국과 독일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공연으로, 세종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서울에서도 훌륭한 음악이 연주되는 현장을 취재할 수 있어서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지루함은 no! 생동감 넘치는 클래식 공연


기자단 활동으로 브레멘 필하모닉 공연을 봤습니다. 음악 회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공연을 보기 전엔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좋은 음악이었습니다.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정말 생동감 있었습니다.

연주가 끝나면 사람들은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제가 지휘자나 연주자라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인터뷰를 했습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저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속상했는데, 다행히 한국분이 통역해 주셨습니다. 또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분이 와서 음악을 더 좋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해 주셨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음악회를 보고 싶습니다.

 지휘자의 손짓에 하나 되는 소리


한국과 독일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내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세종으로 부지런히 달려갔다. 나는 취재진으로서 무대 가까운 곳에 앉아 연주자분들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지휘자가 등장하자 단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대학축전 서곡’으로 공연이 시작되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처음엔 행진곡 풍이지만 이후 목관 악기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임지영, 문태국 연주자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알고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바이올린이 더 익숙하지만, 이번에 연주를 들으며 첼로 소리도 정말 예쁘고 아련하다고 생각했다.

브람스 교향곡 제4번을 끝으로 2시간에 걸친 공연이 마무리돼 아쉬움이 남던 그때 지휘자님이 신나는 발걸음으로 나와 앙코르곡을 들려주셨다. 우리에게 익숙한 ‘헝가리 춤곡 제5번’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은 연습이라도 한 듯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 마르코 레토냐 지휘자님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지휘자님은 힘든 공연 직후 땀으로 범벅이 된 가운데도 밝은 모습으로 기자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성실히 답변해 주셨다. 많은 사람이 연주하는 다양한 악기 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엿보였다.

오케스트라 지망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묻자 지휘자님은 “자신의 악기를 잘 다뤄야 하고, 다른 악기들의 연주도 잘 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인 내게는 마음 깊이 와닿은 소중한 조언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한 경험을 잘 기억해야겠다.

 언젠가 무대에 오를 날을 그리며


세종예술의전당에서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다.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이 없었는데 공연이 시작되니 객석이 거의 찼다.

공연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중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2악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내가 관악부에서 연주하는 호른으로 노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이 가장 앞에 있었고, 옆에 첼로와 더블베이스, 그 뒤로 바순과 클라리넷, 호른 그리고 마지막 줄엔 타악기 순서로 배치됐다.

공연이 끝난 뒤 마르코 레토냐 지휘자를 만났다. 인터뷰를 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악기를 정말 잘 다루는 임지영 바이올린 연주자, 문태국 첼로 연주 자도 만났다. 유명한 오케스트라를 만나고 가까이서 공연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다음 일정이 있어 긴 시간 함께하진 못했지만 신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브람스의 곡을 들으며 나도 호른을 들고 무대에서는 상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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