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논의 불붙었지만… “제대로된 통계도 없어”
5월 들어 관련 논의 ‘급물살’… 下 시범 사업
경제 효과·임금 수준·내국인 일자리 등 논의↑
기반되는 국내 종사자 수 통계는 ‘들쑥날쑥’
저출산·고령화가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사근로자)’를 도입해 이런 문제를 일시적으로라도 메우자는 정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으로 가사 부담을 덜고 젊은 고학력 여성을 사회로 진출시키면 경제 성장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책 수립의 첫 단추부터 채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검토하려면 제대로 된 통계가 기반돼야 하는데, 통계청에서도 업종 특성상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 국내외서 “韓 경제, 인구가 발목… 外人 가사 대체” 지적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검토를 직접 지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같은 날 ‘외국인 가사도우미 관계부처 회의’를 진행하는 등 정부가 정책 도입과 관련해 본격 검토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고 올해 하반기 100가구 규모로 서울시에서 시범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허용되면 필리핀·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이모님’도 가사도우미 취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가사·육아 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체류 자격은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방문취업 동포(H-2·중국이나 옛 소련 지역 6개 국가 출신) 등 비자를 소지한 자다. 현재 주로 H-2 비자를 소지한 중국동포(조선족)만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실정이고, 대다수는 국내 5060대 여성이다.
정부가 가사도우미 도입 검토에 ‘발등에 불 떨어진 듯’ 착수한 이유는 최근 국내외에서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어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시카고대 교수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이민 부분 허용’을 주장한 뒤 불이 지펴진 모양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노동 공급의 추세적 변화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이란 제목의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서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 취업자 수가 연평균 7만~14만명 증가해, 지난 5년 평균과 비교해 반토막 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나마) 정부가 고령층·여성·외국인 근로자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고용 확대 정책을 추진해 볼 수 있으나 이를 모두 해소하기엔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 성장의 장기적인 리스크는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계속 젊은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편다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생산성을 향상하고 노년부양비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내 가사도우미 종사자 수? 10만~60만명 ‘천차만별’
가사 인력으로 외국인을 활용하는 정책은 정부가 처음 시도하는 일인 만큼, 임금 수준 등 다양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기존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하는 부작용을 낳는 것 아니냐’다. 이런 효과를 따져볼 근간이 되는 것이 ‘국내 종사자 규모’인데 이를 정확히 파악한 통계는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반기별로 발표하는 ‘지역별 고용조사’를 통해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직업 소분류상 ‘가사 및 육아 도우미’ 항목을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 이 분야 취업자 수는 11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하반기 기준) 25만2000명, 2016년 18만6000명이던 취업자 수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10년 동안 반 넘게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이런 감소 추세의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지역별 고용조사 자체가 ‘표본 조사’라는 점도 통계의 한계로 작용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역별 제조업 비율이나 취업자 수 등 특성을 고려한 분류 지표를 써서 무작위로 표본 가구를 선정하며, 해당 거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지역별 고용조사는 한해 4·10월 두 번, 15일이 낀 한 주 동안 그 일을 했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만큼, 기숙 시설이나 집단 거주시설에 사는 이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표본 가구로 선정되기만 한다면 국적을 따로 구분해 조사하는 것도 아니어서, 내·외국인 취업자 수도 혼재돼 있다. 가사도우미 취업자 규모의 현실과 통계 사이 오차를 자아내는 ‘구멍’이 곳곳에 있는 셈이다. 통계청 한 관계자는 “가사 도우미를 산업·직업군으로 정확히 잘라내 볼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탓에 조사 주체나 방식에 따라 가사도우미 종사자 수가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60만명까지 벌어지는 현실이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국내 가사·육아도우미를 17만명 안팎으로 추정하면서도, 해외 인력 등 드러나지 않은 종사자까지 합치면 20만~4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초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계청·국회예산정책처·한국가사노동자협회 등의 추산을 인용해 13만7000~60만명이라는 추정치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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