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때문에 야구 시작" 선배의 고백, 이정후는 어떤 반응 보였을까
지난해 11월 임창민은 입단 테스트를 통해 키움에 새 둥지를 틀었다. 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1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2009년 히어로즈에서 1군에 데뷔했지만, 첫 5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3년 NC 다이노스로 이적 후에야 기량을 만개했다. 최근에는 NC와 두산으로부터 2년 연속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고 10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돌아온 히어로즈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였다. 광주광역시 태생의 임창민은 어린 시절부터 해태 타이거즈와 이종범을 보면서 야구선수를 꿈꿨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의 임창민을 있게 해준 우상의 아들과 같은 팀에서 함께 야구를 한다는 것이 그에겐 꿈만 같았다.
최근 대전 한화전에서 만난 임창민은 이정후와 인연을 묻는 말에 "정확히는 (이)정후와 인연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정후가 생기기 전 인연이다. 이종범 코치님은 내 개인적인 짝사랑이었는데 정후가 생기고 성장해 프로에 오면서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이 팬심을 우상의 아들에게 전했을 때 반응은 어땠을까. 전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서로 민망해했다는 후문이다. 임창민은 "매체 인터뷰 때는 (이)정후가 몰랐다. 나중에 기사로 보면 더 민망해할 것 같아 5월 중순쯤 식사 자리 때 이런 인터뷰를 했다고 먼저 솔직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후에게 '아버님 때문에 야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너랑 같이 야구를 하게 돼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면서 "(저평가된 레전드란 말에) 정후가 굉장히 쑥스러워했다. 정후도 이종범 코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광주 내에서는 (위상이나 인기가) 정말 대단한 분이었으니 정후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생활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짧게 이야기하고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종범 코치와 별개로 이정후라는 선수도 그에게는 참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데뷔 첫 해부터 지금까지 핵심 선수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임창민은 "그런 선수들이 있다. 야구하면서 한 번도 스타가 아니었던 적이 없던 선수가 종종 생긴다. (이)정후도 그렇다. 어릴 때부터 이종범의 아들로 계속 주목받으면서 야구를 잘했고 프로에 오자마자 또 잘했다. 그렇게 스타에 오른 선수인데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많고 자기를 낮출 줄 안다"고 칭찬했다.
이종범 코치로 인해 한층 가까워진 두 사람은 지난 4일 인천 SSG전에서 각각 동점 홈런과 세이브로 키움의 4-3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임창민은 9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면서 KBO 역대 20번째로 통산 100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송진우의 37세 7개월 9일 기록을 넘어선 역대 최고령 기록(37세 9개월 10일)이다.
경기 후 만난 이정후는 "(임)창민 선배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기하고 쑥스러웠다.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 것이 참 특별한 것 같다. 나중에 되면 나를 봤던 어떤 후배들이 나와 같이 인연을 만들지 않을까"라고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창민 선배님은 평소에도 모범을 자주 보여주시고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분이다. 거기에 마무리까지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선배님이 이제 100세이브를 달성하셨는데 앞으로 더 많은 세이브를 우리 팀에서 달성하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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