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질 KCC, 공격보다 기대되는 수비

김종수 2023. 6. 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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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이 이끌던 KCC 2차 왕조 시절하면 혼혈가드 전태풍과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 등을 앞세운 화력을 먼저 떠오르는 팬들도 적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KCC 골수팬들이라면 ‘잘 나갔던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리그든 아무리 공격력이 좋아도 수비가 약한 팀은 우승하기 힘들다.


이는 KBL 역시 마찬가지다. 수비에 관계없이 평균 20득점 이상을 찍어대는 선수가 드문 현실에서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이른바 ‘넣을만큼 넣고 잘 지키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안정되어야 팀의 중심이 바로 설 수 있고, 그러한 수비에서 타팀보다 월등한 수준까지 가게되면 우승을 향한 길도 보이기 시작한다.


당시 KCC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들개군단’이라고 불리는 발빠른 가드진의 압박수비였다. 허재호에서 엄청난 질식 디펜스를 보여준 신명호, 강병현, 임재현은 수비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대로 ‘수비 원툴 선수’인 신명호는 지명 당시부터 팬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던 선수다.


강병현은 이전 소속팀 전자랜드에서 제대로 적응을 하지못하고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KCC로 트레이드된 것도 전자랜드측에서 자신들의 기대치만큼은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본 이유도 크다는 평가다. 임재현같은 경우 시즌이 지날수록 리딩에서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며 가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KCC로 와서도 ‘임봉사’라는 굴욕스런 별명을 좀처럼 털어내질 못했다.


허감독은 이들에게 딱 맞는 활용법을 가져갔다. 수비밖에 없었던 신명호는 그것에만 전념하게했다. 어차피 그 부분을 높이보고 뽑은 것이었다. 가진 재능이 많았던 강병현에게는 잊어버린 자신감과 근성을 자극했고, 임재현은 잘안되는 부분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슛, 수비 등 잘하는 쪽으로 임무를 바꿔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창 때의 신명호와 강병현의 활동량과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 레벨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체력 또한 팔팔할 때인지라 앞선에서부터 상대가드를 질식 압박했다. 거기에 더해 수시로 도움수비를 들어가는지라 하승진의 느린 발로 인한 약점도 상당 부분 상쇄됐다.


임재현 또한 주전보다 식스맨으로 나올 때가 많은지라 코트에 나서게되면 체력 걱정없이 공수에서 싹 쏟아붓는 플레이가 가능했다. 신명호, 강병현의 체력세이브 역할을 해주는 것을 비롯 상황에 따라서는 셋이 함께 나와도 수비시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평균 신장은 낮아질지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활동량으로 충분히 커버가 됐다.


스몰포워드 추승균같은 경우 전성기에 비해 운동능력은 떨어진 상태였지만 특유의 노련미를 바탕으로 들개군단과 좋은 수비호흡을 보여주며 유기적인 시너지효과를 만들어줬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하승진을 비롯한 포스트 자원들은 오롯히 자신의 마크맨에게만 시선을 고정하는 플레이가 가능했고 몸싸움이나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 좀 더 집중할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아쉽게도 2차 왕조 이후의 KCC는 늘 ‘수비가 아쉬운 팀이다’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로도 수비가 좋은 편은 아니었고, 그런가운데 역대급 수비력을 과시했던 들개군단과도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최근 몇시즌간 KCC 앞선은 양적으로는 가드가 많았지만 대부분이 신장이 낮은 단신 자원들인데다 빠르지도, 에너지레벨이 높은 편도 아니었던 관계로 상대 에이스 가드들의 집중 공략대상이 되기도 했다. 

 


적어도 다음 시즌부터는 수비에서도 한층 좋아진 모습이 기대된다. 여전히 KCC 앞선은 이런저런 약점이 개선되지 않았다. 공격은 돌아가면서 어느 정도 된다해도 수비에서는 하나같이 문제가 많다. 단시간내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다음시즌 주전으로 예상되는 선수들의 개인수비력이 워낙 좋은지라 이전과는 한결 다른 모습의 수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이승현(31‧197cm), 최준용(29‧200.2cm), 송교창(27‧201.3cm) 등으로 이어지는 포워드진의 수비력은 상대팀들에게 많은 부담을 줄 것이다는 전망이다. 해당팀의 수비가 좋아지려면 선수들의 개인적 역량도 역량이지만 무엇보다 서로간 손발이 잘맞아야 한다. 공격만 팀워크가 있는 것이 아니다.


파워포워드 이승현은 수비로는 이미 KBL무대서 완벽하게 검증을 마친 최고의 디펜더다. 5회의 수비 5걸상에 더해 최우수 수비상도 2회 수상했다. 언더사이즈 빅맨이기는하지만 워낙 힘과 근성이 좋고 팀 수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궂은일, 수비에 있어서만큼은 지적할 부분이 없다는 극찬을 받고있는 선수다. 자신의 주영역인 포스트인근은 물론 외곽까지 3점슛 체크를 들어가는 부지런함이 돋보인다. 워낙 힘이 좋아 외국인선수 수비를 맡을 때도 있는데 그로인해 '용수'라는 애칭까지 붙게됐다.


최준용은 수비보다는 다재다능한 공격재능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역시 공격 쪽에 워낙 옵션이 많아서 그렇지 수비능력 또한 출중한 인물이다. 좋은 사이즈와 운동능력에 더해 BQ까지 좋다. 수비를 못하는게 더 이상할 조건이다. 마크해야될 상대가 있으면 내외곽 가리지않고 쫓아다닐 수 있으며 블록슛 능력은 국내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SK 시절 3-2 드롭존 수비의 탑에서 활약한 것만봐도 순발력과 수비 이해도 등은 확실하게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송교창 또한 최준용처럼 앞선과 뒷선 모두 커버가능한 흔치않은 전천후 수비자원이다. 장점인 스피드에 더해 운동능력, BQ 등이 좋은지라 내외곽 커버가 모두 가능하다. 초창기만해도 파워포워드를 수비하기에는 파워가, 앞선을 막기에는 요령이 부족하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발전을 거듭한 끝에 현재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중 한명으로 거듭났다.


더욱 탄탄해진 웨이트로 인해 힘센 빅맨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는 버티는게 가능하며 거기에 더해 사이드스텝이 더욱 좋아져 발빠른 가드도 무리없이 따라다닐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고있다. 양희종, 문성곤 등이 그렇듯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며 다양한 유형의 상대를 막을 수 있어 수비적인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전체적인 부분에서야 역대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양희종, 문성곤 만큼은 어렵겠지만 대인수비만 놓고봤을 때는 그들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있다는 의견도 많다. 거기에 다음 시즌 주로 벤치에서 출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창영(35‧193cm) 또한 1~3번 수비가 가능한 멀티 디펜더로 풍부한 활동량이 장점인만큼 고른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힘좋은 김동현(21‧190cm)까지 ‘스토퍼’ 유형으로 성장해준다면 다할나위 없을 것이다. 물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처럼 아무리 수비좋은 선수가 많아도 각자의 능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수비전술과 실행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더불어 팀내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새로이 들어올 외국인 전력도 변수다. 빅맨이든, 스윙맨 유형이든 적어도 일인분 이상의 수비는 해줄 필요가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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