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4차 한류' 열풍… 한국어 쓰며 K-음식 먹는다 [Z시세]

정유진 기자 2023. 6. 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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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도쿄 신오쿠보엔 한식당이 수백개… '데일리룩' 등 한국어 들어간 광고 인기
품절 1위 한국 화장품 '롬앤'… '1차 한류' 보고 자란 일본 Z세대가 '4차' 이끌어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4차 한류'는 일본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한국 문화가 스며든 현상을 말한다. 사진은 일본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불닭맛 과자(왼쪽)와 소주 참이슬./사진='류큐신보' 기자 사에 제공
'한류'라고 하면 배용준, 동방신기, 카라가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한류는 K-팝, K-드라마 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류는 일본 2030 세대 전반에 퍼져 그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이러한 현상을 '4차 한류'라고 일컫는다. 일본 Z세대는 음식·뷰티·언어 등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에 퍼진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들이 즐기는 '한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일본 대학생과 직장인, 현지 미디어 기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홍대주점에서 만나"… 일본 '핫플' 장악한 한국풍 식당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풍의 식당과 술집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먹거리만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 콘셉트의 인테리어까지 갖추고 있다. 사진은 오키나와에 위치한 '비소리포차'(왼쪽)와 '홍대주점'(오른쪽). /사진='류큐신보' 사에 기자 제공
가게입구부터 '참이슬' 소주로 장식된 이 식당은 한국에 위치한 곳이 아니다. 바로 일본 오키나와의 대표 관광지 아메리칸빌리지에 있는 '비소리포차'라는 식당이다. 근처에 위치한 '홍대주점' 역시 수많은 일본 음식점들 사이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비소리포차'와 '홍대주점'은 모두 삼겹살과 소주 등 한식을 판매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각종 찌개·냉면·불고기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이 일본 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오키나와에 위치한 한국가정요리 식당. /사진='류큐신보' 사에 기자 제공
또 다른 한국가정요리 전문점은 순두부찌개·된장찌개 등 각종 찌개부터 해물전, 물냉면, 떡만두국까지 웬만한 한국 식당보다 더 다양한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순두부찌개라고 밝힌 다이키씨(23·직장인)는 "한국 음식이 일본에서 유행이라는 데 완전히 동의한다"며 '한류의 중심지'이자 도쿄 최대의 한인타운 신오쿠보를 언급했다.

리카코씨(20대·대학생) 역시 "중학생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는 한식당에 가는 것을 즐긴다"며 "도쿄 신오쿠보에 가면 수백개의 한식당을 찾을 수 있다"고 한국 음식 열풍에 감탄했다.

실제로 신오쿠보에는 한국어 간판을 단 다수의 음식점이 운집해 있으며 떡볶이, 치즈핫도그, 김밥, 쭈꾸미 등 다양한 한식을 즐기기 위한 일본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지난달 9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음식 페어'를 진행했다. 사진은 한국음식페어 관련 포스터(왼쪽)와 편의점 내 삼각김밥이 모두 품절된 모습(오른쪽). /사진=세븐일레븐 제공(왼쪽), 네이버블로거 '도쿄마마' 제공
이 같은 한식의 인기를 반영해 일본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 재팬은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지난달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한국음식 페어'를 진행했다. 지난해 아시안 페어를 개최해 12개 상품 중 9개 상품을 한국 음식으로 구성했던 세븐일레븐이 올해는 아예 '한국음식'을 주제로 하는 편의점 코너를 기획한 것이다.

구성 메뉴는 돼지갈비덮밥, 불고기덮밥, 비빔냉면, 육개장 라면, 모듬나물, 전주비빔밥 삼각김밥 등으로 다양했다. 일본 주재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블로거 '도쿄 마마'는 해당 페어를 찾아 삼각김밥을 사먹으려 했으나 모두 품절돼 실패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불닭, 치즈닭갈비맛 과자 등을 판매하는데 전통 한식뿐만 아니라 한국 MZ세대에게 인기를 끈 음식까지 전파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키나와 '류큐신보'의 사에 정치부 기자(20대)는 "한국음식의 인기가 굉장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더 인기가 커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에 기자는 "회사 선배가 세븐일레븐 한국 음식 페어 때 삼각김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봤다"며 "저도 일주일에 2~3번가량 집에서 한국 라면을 먹고 친구들도 2주에 한 번씩은 한국 라면, 치킨, 찌개를 먹으러 간다"고 말했다.


'진짜' 등 한국어 섞어 대화… "배운 적 없어도 알아요"


한국어가 일본 MZ세대에게 인기를 끌자 일본 기업은 광고에 한국어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사진은 일본 ABC마트의 운동화 광고(왼쪽)와 오키나와에 위치한 한국어 학원(오른쪽). /사진=ABC 마트 제공(왼쪽), '류큐신보' 사에 기자 제공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해 '한국스러움'을 강조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일상 대화에서 한국어를 섞어 쓰는 문화가 유행하며 광고 문구나 영상에 한국어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일본 신발 멀티숍 브랜드 ABC마트는 한글로 '#데일리룩' '#좋아요' 등 해시태그를 넣은 운동화 광고를 론칭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 2021년 방영된 농심의 신라면 TV 광고에선 여배우 이토요 마리에가 "진짜 맛있어요"를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광고는 일본 전역에 방영됐다. 지난해 방영을 시작한 너구리 광고에는 '쫄깃쫄깃'이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CM 송을 사용했다.

최근 듀오링고 재팬 조사에 따르면 일본 Z세대의 46.7%가 '평소 생활 속에서 자신 또는 주위 사람이 '진짜(チンチャ)', '오빠(オッパ)' 등 한국어 문구나 단어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사에 기자는 "한국어를 배운 적이 없어도 친구들과 대화할 때 진짜, 오빠, 언니, 친구 등을 일본어와 섞어 말하기도 한다"며 "아마 드라마나 음악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K팝과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20대 일본인도 늘고 있다. 하루카씨(20대·대학생)는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가 아주 많다"며 "그들 중 대부분은 한국 아이돌이나 가수의 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도 어린 시절 한국 드라마를 보며 자랐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 스티커사진 기계, 간판 등에서도 한국어가 자주 쓰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은 일본 내 스티커 사진 서비스 '프리쿠라'의 한국어 스티커(왼쪽 사진 속 빨간 네모)와 한국어 네온사인(오른쪽). /사진='류큐신보' 사에 기자, 한국인 최모씨 제공
'꾸안꾸' '오오티디' '평생친구' 등 한국 신조어와 유행어가 퍼진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일본 스티커 사진 서비스 '프리쿠라'는 한국어 스티커를 출시했다. "귀여워" "좋아해" "파이팅" "데이트" 등 한국어 글귀가 귀여운 손글씨로 쓰인 스티커다. 일본 Z세대는 해당 스티커로 사진을 자유롭게 장식하고 꾸민다.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온 최모씨(22·대학생)는 일본 시내에서 한국말을 자주 들어 놀라웠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매장에서 한국어 안내서와 메뉴를 제공하더라"라며 "교토의 곤약비누가게 직원들은 한국어도 구사했다"고 경험을 전했다.


"한국 화장품, 싸고 품질도 좋아"… 롬앤 등 인기폭발


국내 색조화장품 브랜드 '롬앤'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일본 편의점 로손에 위치한 '롬앤' 코너. 제품 대부분이 모두 팔린 상태다. /사진='류큐신보' 사에 기자 제공
한국 화장품은 특히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국내 색조화장품 브랜드 롬앤은 일본 최대 화장품 플랫폼 '립스'(LIPS)에서 5월 트렌드 어워즈 1위를 차지했다. 롬앤은 일본 뷰티 전문매체 포춘(Fortune)에서 실시한 K-뷰티 브랜드 인기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으며 일본 편의점인 로손에는 전용 브랜드 '앤드바이롬앤' 제품이 들어섰다.

롬앤의 일본 해외사업팀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앤드바이롬앤은 지난 3월 말 로손 편의점 전국 매장 1만2000여곳에 동시 론칭한 브랜드"라며 "한달 만에 조기품절될 만큼 일본 소비자에게 가격과 제품력 모두를 만족시키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롬앤은 지난 2021~22년에도 일본 립스, 앳코스메(@cosme)에서 상반기 결산 어워즈 1위를 기록했다.

이외 다른 화장품 브랜드도 강세를 보인다. 리카코씨는 "에뛰드 하우스의 아이섀도우, 미샤와 이니스프리의 파운데이션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또 3CE와 롬앤, 시카 등의 브랜드를 들어봤다"며 "일본 이곳 저곳에서 많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차 한류' 보며 자란 일본 Z세대… "더 일상화될 것"


코로나 팬데믹 시절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일본 대중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가 크게 유행했다. 사진은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메인 포스터(왼쪽)와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메인 포스터(오른쪽). /사진=tvN, JTBC 제공
사에 기자는 4차 한류와 관련된 기사를 자주 챙겨본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잡지에서도 한국특집을 기획해 한국의 핫플레이스나 젊은층의 패션을 소개한다"며 "뉴스와 예능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한국을 다루는 횟수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창궐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대부분 집에만 있었다"며 "그때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K-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클라쓰' 등을 시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4차 한류가 시작됐다는 것.

김효진 서울대 일본연구소 조교수는 '1차 한류'를 보며 성장한 일본 Z세대가 자연스레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 음악과 드라마 팬인 부모님을 보고 자란, 즉 1차 한류를 목격하며 자란 세대가 그대로 성장하며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서울대 교수는 '4차 한류'의 배경으로 '1차 한류'를 보며 성장한 일본 젊은 세대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콘텐츠 확산을 언급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김 교수는 '4차 한류'의 확산 배경으로 인스타그램 등 SNS를 꼽았다. 그는 "특히 지난 2019년쯤 일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상에서 한·일 간 정보교류가 활발히 일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중·고등학생이 많이 보는 잡지에 한국 패션이 자주 소개되면서 K-패션, K-뷰티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좋은 옷을 찾게 됐고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옷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이는 한국 화장품 산업에도 적용돼 일본 제품보다 품질이 좋은 한국 메이크업 용품이 일본 Z세대를 사로잡았다.

김 교수는 '한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문화가 일본 내 일상 속 대중문화로 완전히 자리잡은 만큼 '한류'의 개념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스며든 한국 문화를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한류'라 부르기엔 애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 교수는 일본 사히에서 점점 더 일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처럼 문화교류가 활발한 나라는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 수준도 비슷하고 독특한 양상의 문화교류가 많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고 싶을 때 바로 여행할 수 있는 나라기도 하다"며 한·일 양국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사회, 특히 2030세대에게 한국 문화는 더 이상 외국 문화가 아니다. 처음 시작은 음악과 드라마였지만 지금은 음식과 언어, 화장품 등 한류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앞으로도 한·일 양국의 활발한 문화 교류가 이어지며 두 나라 모두 보다 다양한 대중문화를 향유하길 기대한다.

정유진 기자 jyjj1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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