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혐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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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유명한 실험이 진행됐다.
오클라호마 실험이 보여주듯 혐오는 공감이 특정 집단에 편향될 때 생겨난다.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 쉬운 사회·경제적 분위기, 음모론이 빠르게 퍼지는 미디어 환경, 혐오를 저지할 건강한 민주 정치세력의 부재, 집단을 구분해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 등이 그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혐오 감정 표출의 자유도 보호해야 한다'는 궤변으로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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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유명한 실험이 진행됐다. 심리학자들은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 22명을 뽑아 A, B팀으로 나눠 각각 야영을 하게 했다. 그들은 모르는 사이였지만 모두 백인 개신교 신도에 중산층 자녀였고, 성적은 중위권인 매우 비슷한 학생들이었다. 1주일 후 야구 시합을 하기로 했는데 첫 번째 경기가 열리기도 전에 두 팀의 갈등이 시작됐다. A팀이 B팀 깃발을 태우자 B팀은 A팀 주장 바지를 훔쳐 깃발로 사용했다. 복수에 나선 A팀은 B팀의 침대에 오물을 뿌렸고, 급기야 두 팀이 주먹 싸움까지 벌였을 때 실험은 중단됐다. 불과 일주일 만에 22명의 소년은 2개의 ‘부족’을 만들었다. ‘개인’은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우리’와 ‘그들’만이 중요했다.
양극화로 인한 균열이 전 세계를 관통하면서 어떤 존재도 ‘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오클라호마 실험이 보여주듯 혐오는 공감이 특정 집단에 편향될 때 생겨난다. (‘헤이트-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등) 특히, 우리 사회는 혐오 확산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 쉬운 사회·경제적 분위기, 음모론이 빠르게 퍼지는 미디어 환경, 혐오를 저지할 건강한 민주 정치세력의 부재, 집단을 구분해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 등이 그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혐오 감정 표출의 자유도 보호해야 한다’는 궤변으로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
‘디 차이트’ 편집장 바스티안 베르브너는 저서 ‘혐오 없는 삶’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제안한다. 부족에서 빠져나와 비정치적 상황에서 사적으로 만나면 편견과 혐오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혐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연대를 형성하거나, 공공기관이 혐오 표현에 맞서 대항 표현을 주도하며 공존의 가치를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네이버가 지난 1일부터 ‘혐오 표현’을 세분해 규정하고 해당 게시물을 비공개 또는 삭제 처리하거나 게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노출된 혐오 표현의 경우 삭제 조치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게재 거부 또는 삭제한 게시물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대항 표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등 보다 책임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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