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62만원의 생계비대출

2023. 6. 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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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준다.

신용평점 하위 20%,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성인이면 50만원까지는 한 번에 대출이 되고 이자를 갚으면 6개월 뒤 또 5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여당은 현재 100만원인 소액생계비대출 한도를 200만원으로 올리고 금리를 10% 수준으로 내리는 안을 준비 중이다.

50만원의 소액생계비대출 시 매달 이자는 6000원대로 갚아낼 수 있는 수준이란 판단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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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가난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며 노숙생활 등을 이어갔다. 이혼한 아내와 사이에 아들이 있었지만 찾을 생각은 못했다. 사는 게 버거워 동사무소에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러 갔더니 아들이 성인이 됐는데 만나보겠냐고 했다. 찜질방을 전전하는 터라 차마 보고 싶다고 할 수 없었다. 신용불량자라 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소액생계비대출을 받고 머물 고시원을 구하면서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불법 추심을 막아줄 채무자 대리인제도도 안내받았다.

3월 27일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준다. 신용평점 하위 20%,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성인이면 50만원까지는 한 번에 대출이 되고 이자를 갚으면 6개월 뒤 또 5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단 주거비나 병원비 등 쓰일 곳이 있으면 첫 대출도 1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한도가 적고 금리(연 15.9%)가 높다며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기우였다. A씨처럼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4만3500여명이 서민금융진흥원 창구를 찾아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았다. 최저 신용등급에 일자리가 불안정한 이들이 대상이니만큼 ‘갚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컸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무색하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8.8%다. 열 중 아홉은 성실히 빚을 갚고 있다.

모처럼의 ‘정책 흥행’에 정치권도 들썩이는 눈치다. 여당은 현재 100만원인 소액생계비대출 한도를 200만원으로 올리고 금리를 10% 수준으로 내리는 안을 준비 중이다. 상품 출시 전 논란이 됐던 한도와 금리를 손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최초 50만원(최대 100만원)의 대출 한도는 주먹구구식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 정책을 만들 때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가기 직전 필요금액 수준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휴대폰깡 등 SNS를 중심으로 번진 ‘내구제 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 피해금액을 살펴보니 보통 50만원이 되지 않았다. 온라인 대부업체 사이트의 대출금액 최빈값(가장 많은 금액)도 40만원이었다. 실제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은 이들의 평균 대출금액도 62만원이다.

‘금융상품’이란 정체성도 훼손한다. 소액생계비 대출자주 95%의 신용점수는 하위 10%로, 연15.9%의 금리도 적용이 어려운 이들이다. 더 낮아질 경우엔 중금리 대출과 더 높아질 경우엔 대부업과 차이가 없어 고심 끝에 나온 숫자다. 50만원의 소액생계비대출 시 매달 이자는 6000원대로 갚아낼 수 있는 수준이란 판단도 들어갔다. 정치권 안대로 10% 수준으로 낮출 경우 이자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금융시장 질서는 흐트러질 것이 뻔하다. 당장 10%대 금리 적용을 받는 중금리 대출자들이 역차별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이 정책을 6개월간 준비했다. 대부업체를 찾고 일수업체도 만났다. 서민금융 최전선에 있는 서금원도 노하우를 보탰다. 정책목표는 금융시장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발굴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다. 정책에 대한 이해도 고민도 없이 숟가락 얹을 일이 아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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