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 우는 벙어리뻐꾸기, 월동하러 8000㎞ 날았다
한국서 출발한 개체는 인도네시아까지
고위도에서 번식한 개체, 더 멀리 날아가
중국에서 번식하는 벙어리뻐꾸기가 호주까지 날아간 것을 한국 연구팀이 처음으로 확인했다. 한국에서 번식한 벙어리뻐꾸기보다 2배 가까이 먼 거리를 이동했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국가 간 철새 이동 연구 협력으로 벙어리뻐꾸기가 중국에서 호주까지 7957㎞를 가서 월동한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고 5일 밝혔다.
벙어리뻐꾸기는 몸길이 30~34㎝, 머리와 등은 회색, 배와 옆구리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가로줄 무늬가 있는 대표적인 여름 철새다. 깊은 숲속에서 살아 관찰하기는 어렵지만 ‘보-보-’ 하는 울음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5월 소청도를 들렀던 벙어리뻐꾸기 성체 1마리에 위치추적 발신기를 달아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다싱안링에서 번식기를 보낸 이 벙어리뻐꾸기는 지난해 7월 중순부터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같은 해 12월 24일 호주 노던 준주 라민지닝 일대에서 월동했다.
앞서 2021년 국립생물자원관은 한국에서 번식한 벙어리뻐꾸기의 이동경로도 처음으로 파악했다. 경기도 양평, 가평 등에서 번식한 벙어리뻐꾸기 6마리를 추적했는데 이들은 6월 말부터 7월 말에 이동을 시작했고 이 중 4마리는 11월 초 평균 4691㎞를 날아 인도네시아 동부지역에서 겨울을 보냈다. 이번에 밝혀진 중국 번식 벙어리뻐꾸기에 비하면 이동거리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위도에서 번식한 벙어리뻐꾸기가 더 멀리 날아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저위도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월동을 위해서 이동해 (이미) 자리를 차지하면 고위도에서 출발한 새들이 더 멀리까지 밀려난다고 본다. 다만, 이 이론이 벙어리뻐꾸기에게도 적용되려면 추가 연구를 통해 다른 벙어리뻐꾸기들의 이동 경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7월 몽골과 철새 공동 연구를 통해서 몽골 번식지에서 출발한 재두루미가 한국에서 월동한 것도 처음 확인했다. 그간 한국으로 오는 재두루미는 러시아, 중국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철새의 월동지, 번식지, 중간기착지를 밝혀내는 것은 조류 보전에 매우 중요하다. 철새는 인간이 만든 국경에 상관없이 장거리 이동을 한다. 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파괴된다면 보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허위행 국가철새연구센터 센터장은 “그간 월동 재두루미를 공동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중국, 러시아가 협력해야 할 국가로 여겨졌는데, 몽골과도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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