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오리지널이 왔다, 롱런 뮤지컬 세 가지 비결

서정민 2023. 6.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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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미국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뮤지컬 <시카고>가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무대로 한국 무대에 섰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6년 만의 내한공연(8월6일까지) 막을 올린 것.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래 상연되고 있는 미국 뮤지컬 <시카고>가 전세계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뭔지, 그 매력 포인트를 열쇳말로 정리했다.

장대한 유산 : 기원은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 기자이자 희곡 작가 모린 댈러스 왓킨스가 1926년 세간의 주목을 끈 쿡 카운티 재판에서 영감을 얻어 쓴 연극이 원작이다. 이를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가 1975년 뮤지컬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 레인킹은 밥 포시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리바이벌 공연을 올렸다. 이는 브로드웨이에서 25년간 1만회 넘게 공연되며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미국 뮤지컬로 기록됐다. 또 영국, 독일, 일본 등 전세계 36개국 500여개 도시에서 3만2500회 넘게 공연돼 330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2003)도 나왔다.

뮤지컬 <시카고>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공연팀과 이전에 <시카고>에 참여한 한국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시카고>는 25주년을 기념해 지난해(애초 2021년이나 코로나로 연기) 10월부터 미국 51개 도시를 도는 투어를 돌았다. 이를 마치고 곧바로 한국에 온 것이다. 한국 첫날 공연에서 윤공주,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 남경주, 성기윤, 박건형 등 이전 <시카고> 공연에 참여했던 한국 배우·스태프 30여명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했다.

한국에서 <시카고>는 2000년 라이선스 초연 이후 이번이 16시즌째다. 주인공 벨마 역의 로건 플로이드는 지난달 31일 프레스콜에서 “한국에서 <시카고> 유산을 이어온 이들과도 함께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첫 공연 엔딩곡에서 관객들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쳐주셨는데, 200회 공연하는 동안 처음이었다”고 감격했다. 배우들은 이번 공연에서 한국 관객을 위한 서비스도 한다. 공연 도중 갑자기 “썅”, “아빠” 같은 한국어 대사를 뱉으면 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뮤지컬 <시카고>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관능적인 춤 : 줄거리는 간단하다. 남편과 바람을 피운 여동생을 살해한 벨마와, 정부를 살해한 뒤 수감된 록시가 유명 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범죄와 교도소라는 통속적 소재에 보드빌(희극에 노래와 춤을 더해 19~20세기 초 미국에서 인기를 끈 쇼) 형식의 무대를 결합하고, 미국 사회의 치부와 선정적인 황색 언론, 사법제도의 맹점을 꼬집는다. 이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지금 우리에게도 와 닿는 주제다.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환상적이고 관능적인 쇼로 풀어냈다는 것이 <시카고>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보드빌의 스타 벨마가 작품의 문을 여는 ‘올 댓 재즈’ 무대는 <시카고>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반짝이는 미니원피스 차림으로 관능적인 춤을 추며 노래하는 벨마를 백댄서가 들어올리는 대목이 시그니처 장면이다. 록시는 그런 벨마를 제치고 스타가 되고자 하는 욕망의 인물로, 자신만만하면서도 요염한 표정으로 몸짓을 펼친다. 록시 역을 맡은 케이티 프리든의 표정 연기가 빛을 발하는데, 그는 프레스콜에서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웠다”며 “발레에는 대사가 없어 움직임과 표정으로 표현하다 보니 다양한 표정이 개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뜨거운 재즈 : 무대는 단출하다. 14인조 빅밴드가 들어찬 계단형의 네모 틀이 전부다. 배우들은 이를 배경으로 노래하며 춤춘다. 막판에 반짝거리는 커튼이 내려와 그나마 색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소박한 무대를 화려하고 풍성하게 채워주는 건 빅밴드가 연주하는 재즈다. 관악기 9대, 피아노 2대, 바이올린, 기타, 드럼으로 이뤄진 빅밴드는 또 하나의 배우다. 지휘자가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기도 한다.

1920년대 시카고 클럽에선 재즈가 대중가요처럼 유행했다. 훗날 차갑고 난해한 재즈도 나오지만, 당시 유행한 재즈는 뜨겁고 신나는 춤곡이었다. 벨마는 ‘올 댓 재즈’에서 “술은 차갑게, 피아노는 뜨겁게, 그게 바로 재즈”라고 노래한다. 재즈 문외한도 <시카고>의 재즈에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이유다.

케이티 프리든은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다”며 “한국 관객의 영혼에 와 닿는 아름다운 음악이 이 작품의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도 재즈다. 배우들이 모두 퇴장한 뒤 연주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격정적으로 펼치는 즉흥연주는 또 다른 재미다. 관객들이 나가도 된다는 뜻으로 객석 불이 켜지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고 재즈를 끝까지 즐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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