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 된 아파트 생활… “고립된 상황 연기 위해 촬영장서도 고립”

이정우 기자 2023. 6. 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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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확실한 자산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아파트 때문에 고통받는다.

그녀는 자신처럼 재해로 남편을 잃은 수인(이윤지)이 아파트 '할인 분양'을 받도록 이끌지만 기존 입주민들의 공분을 산다.

"저는 이 영화 하면서 단 한 순간도 거짓말을 안 했어요. 모든 장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당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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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림팰리스’ 주연 김선영
미분양 사태·집단 이기주의서
발버둥 치는 명품 연기 돋보여
영화 ‘드림팰리스’에서 배우 김선영이 맡은 혜정은 모두에게 손가락질 당한다. 인디스토리 제공

‘아파트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확실한 자산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아파트 때문에 고통받는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드림팰리스’(연출 가성문)의 아파트는 주인공 혜정(김선영)의 삶과 내면을 갈가리 찢는다. 사회 약자인 ‘을’들이 서로 눈치 주고 물어뜯는 처절한 상황이 이어지며 답답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부조리한 사회에서 타인에게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혜정’으로 분한 김선영의 열연 덕분에 영화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혜정은 산업재해로 사망한 남편의 보상금으로 신축 아파트 분양을 받는다. 그녀는 고3 아들 동욱(최민영)과 평범한 일상을 꿈꾸지만 그녀의 아파트는 미분양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녀는 자신처럼 재해로 남편을 잃은 수인(이윤지)이 아파트 ‘할인 분양’을 받도록 이끌지만 기존 입주민들의 공분을 산다.

혜정이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고 한 행동은 동료와 이웃, 심지어 가족인 아들과 그녀를 갈라놓는다. 혜정은 재해보상금을 받고 농성을 그만두면서 진상규명 시위를 하던 하청업체 유가족들에게 눈총을 받고, 할인 분양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에겐 손가락질을 받는다. 김선영은 “현장에서도 고립돼 있었다”며 “촬영할 때부터 스스로 나를 고립된 상황에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다 한 모금 없이 고구마를 집어삼키는 듯한 전개는 현실에서 있을 법해 더 갑갑하다. 영화는 혜정의 상황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확대하기보다 인물에 집중해 풀어간다. 혜정이 유일하게 마음을 준 수인에게 오해를 받고 “언니, 더 이상 엮이지 말자”는 말을 듣는 장면에서 김선영의 망연자실한 연기는 돋보인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수인의 집 창문 창살은 혜정이 처한 감옥 같은 상황을 암시한다. 이에 앞서 혜정과 수인이 남편들이 자주 갔던 당구장에서 행복한 일상을 보냈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함께 농성했던 유족들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간 아들은 “엄마처럼 안 산다”며 혜정을 멸시한다. 그런데 아들에겐 치명적 잘못이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혜정은 눌러왔던 화를 폭발한다. “너, 나처럼 안 산댔지. 그런데 너도 엄마랑 똑같은 거야.” 자신을 도덕적으로 손가락질하던 아들에게 시원하게 퍼부으면서도 한편으론 절망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영화 마지막에 남편이 죽은 과정을 다른 유족으로부터 전해 들으며 혜정의 얼굴엔 안도감과 씁쓸함, 망연자실함이 스쳐 지나간다. 이 장면에 담긴 혜정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우리 모두는 이기적인 존재란 현실을 압축한다.

김선영은 부조리한 사회 구조에서 발버둥치는 혜정 역으로 올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아시안필름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저는 이 영화 하면서 단 한 순간도 거짓말을 안 했어요. 모든 장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당당합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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