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안에선 자신을 숨길수 없어… 바이올린 켜면 ‘진짜 나’ 나오죠”

이정우 기자 2023. 6. 5. 09: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바이올린은 늘 제 안에서 꺼내기 힘든, 제 자신도 모르는 내면과 상상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해 준 존재예요."

"음악 안에서 저를 숨기거나 위장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바둑과 음악 모두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요." 김봄소리는 또 "바둑에 상대방이 있듯이 바이올린 연주에도 피아노나 오케스트라, 다른 연주자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공연 때 연주하는 작품 자체가 한편의 소통과 대화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란 점에서 바둑과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19일 롯데콘서트홀서 로테르담 필과 협연 김봄소리
“기풍 드러나는 바둑과 비슷”
이번 무대선 브람스 곡 연주

“바이올린은 늘 제 안에서 꺼내기 힘든, 제 자신도 모르는 내면과 상상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해 준 존재예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사진)는 고국보다 유럽과 미국에서 더 바쁜 나날을 보낸다.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고, 지난해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뉴욕필하모닉과 협연을 펼쳤고, 올해는 BBC 프롬스 데뷔를 앞두고 있다. 오는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협연을 앞두고 있는 김봄소리는 1일 서면 인터뷰에서 “솔직한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라고 자신의 동반자인 바이올린을 정의 내렸다.

김봄소리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건 5살 무렵. ‘대선배’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공연을 보고 바이올린에 매료돼 부모님을 졸랐다. 그녀는 “처음에는 삑삑대는 바이올린 소리에 당황했다”며 “음악이 가진 강렬한 힘에 홀리듯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김봄소리의 연관 키워드 중 하나는 바둑이다. 기력 4급에 서울대 재학 시절 바둑 동아리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그녀의 바둑 사랑은 남다르다. 김봄소리는 “바둑 한 판을 보면 바둑을 두는 기사의 기풍과 성격, 그리고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음악도 마찬가지”라며 “작곡가의 작품이나 연주자의 음반을 들으면 그 작곡가와 연주자 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 안에서 저를 숨기거나 위장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바둑과 음악 모두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요.” 김봄소리는 또 “바둑에 상대방이 있듯이 바이올린 연주에도 피아노나 오케스트라, 다른 연주자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공연 때 연주하는 작품 자체가 한편의 소통과 대화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란 점에서 바둑과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봄소리는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2013년 ARD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했던 인연이 있는 곡이다. 김봄소리는 “브람스의 경우 오케스트라가 그리는 그림에 따라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심포니를 연주한다는 마음으로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소리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 출신인 세계적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치와 자주 듀오 콘서트를 열며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블레하치에 대해 “놀랍도록 겸손한 면과 음악에 대한 존경, 함께 연주하는 음악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갖고 있다”며 “인생 선배로서도 배울 점이 많고, 지속적으로 듀오 연주를 하는 것에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했다.

“‘내가 예술을 하기에 충분한 자질이 있는가’란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삶에서의 소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과 영감이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큰 위로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음악을 함으로써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가치와 역할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