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드에이지 이보람 대표가 말하는 찬란한 인생 3막 만들기

서울문화사 2023. 6. 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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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시니어의 삶은 분명 다르다. 사회와 나의 공생을 생각하는 시기, 서드 에이지(Third Age·인생 3막)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찰을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에게 들었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카이스트 테크노 MBA 석사를 마쳤다. SKC, 한국씨티은행, 리먼 브라더스, 모간스탠리, 써드브리지(Third Bridge) 등에서 일했다. 서울대학교 웰에이징·시니어산업 최고위과정 9기를 수료하고 현재 써드에이지 대표를 맡고 있다.

고령사회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우리의 인생을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은퇴 전까지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에 쉬겠다는 것은 이제 옛말. 100세 시대가 되면서 학자들은 우리의 인생을 4기로 나눠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는 우리 인생의 제3기에 관심을 가졌다.

“서드 에이지, 즉 인생의 3막은 퇴직 후 사회적 책임에서 해방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직장에서는 은퇴했지만 예전의 시니어와는 달리 얼마든지 사회 활동이 가능합니다. 이 시기를 건강하고 활력 있게 보낸다면 4막 돌봄의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어요.”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녀가 돌연 사표를 내고, 시니어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활동을 돕는 ‘써드에이지’라는 회사를 창업한 이유다.

100세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대표님이 창업한 써드에이지는 시니어를 위한 회사죠?

학자들 중엔 과학적으로 100세 시대를 넘어 120~150세까지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어요. 그만큼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인생을 4막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1막은 배움의 시기, 2막은 배움을 바탕으로 사회 활동을 하며 사회에 정착하는 시기, 3막은 사회적으로는 은퇴를 시작하지만 아직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길 원하고 또 그게 가능한 시기예요. 4막은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돌봄이 필요한 노화의 시기죠. 저는 인생 3막에 주목해 이 시기를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시니어의 사회 활동을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구체적으로 시니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프로 커넥트라고 해서 전문성을 갖춘 은퇴한 시니어를 중소기업의 고문이나 자문으로 연결해주는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어요. 둘째는 시니어를 위한 맛있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담은 큐레이션 박스 사업인 지혜드림을 운영하고 있죠. 셋째는 딴중일기, 즉 딴 세상을 꿈꾸는 시니어의 일터 기획이라는 사업이에요.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길 원하는 시니어와 지역의 기업이나 청년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사업이에요. 지역에서 꼭 농사를 짓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주는 거죠.

이 대표는 최근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여성지도자회의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 행복하게 나이 먹을 수 있는 방법 ‘액티브 에이징’에 대한 강연이었다.

일이 있고 소속감이 있고 동료가 있으면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다만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에 선진국이 돼서
지금 시니어의 사고방식과 젊은 층의 사고방식이 많이 달라요.
함께 일할 때 충돌할 여지가 있는데,
이는 학습과 인식 개선을 통해 줄여나가야 해요.

시니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어요. 중국에서 일할 때였는데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총괄하는 지식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당시 중국도 고령사회에 대한 고민이 많아 일본의 보급형 요양시설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며 저에게 일본 시장조사를 의뢰했죠. 그런데 당시 코로나19로 일본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대신 우리나라의 요양시설을 둘러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요양시설 30곳을 직접 다니면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죠. 시니어를 위한 여가 활동도 부족한 거 같고,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도 필요할 거 같고, 먹을거리도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런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창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거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잘 다니다가 어떻게 보면 코로나19가 창업에 큰 역할을 한 거네요?

맞아요. 코로나19로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거 같아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계속 해외 금융권에서 일했을 수도 있죠. 또 한 가지는 사실 금융권은 인프라 안에서 움직이는 일이라 조직 안의 조직원으로는 잘할 수 있지만, 개인이 밖에 나가서 혼자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해도 퇴사하고 나면 그건 회사의 자산이지 내 자산은 아닌 거예요. 이직하면서 느낀 점이죠. 글로벌 기업도 대부분 50대에 퇴직하게 되고 60대까지 다니는 경우가 흔치 않아요. 인생을 100살로 놓고 봤을 때 10년 정도 더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지금 내 사업을 시작해 30~40년 더 일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니까 퇴사를 결정하기 쉬웠어요.

시니어를 많이 만날 텐데 예전의 50~70대와 지금의 50~70대는 많이 다르죠?

사회적으로는 이들을 노인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청년 같은 시기예요. 젊고 건강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은 분들이라 학력도 높아 학습을 계속하길 원하고, 사회 활동을 하고 싶어 합니다. 실제로 제가 연세대와 함께 분석한 건데 돈이 많아도 일을 하는 시니어가 병원에 덜 가요. 일을 안 하는 순간 빨리 늙어버리죠. 일을 하고 소속감이 있고, 동료가 있고 없고에 따라 건강에 차이가 많이 생깁니다. 시니어가 일을 하면 당연히 세금도 낼 수 있고 국민연금 의존도도 낮아지니까 윈윈하는 거죠. 다만 한국이 너무 빠른 시간에 선진국이 돼서 지금 시니어의 사고방식과 20~30대가 갖고 있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사고방식은 좀 많이 달라요. 이건 사실 좀 융합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함께 일할 때도 문화가 달라서 충돌할 수 있어요. 이 차이는 학습과 인식 개선을 통해 줄여나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써드에이지는 여타의 시니어 사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강점이 있나요?

첫 번째는 글로벌하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시니어업계에 저처럼 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제가 해외에서 일하면서 쌓은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과 연결해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은행권에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기관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있는데 이곳에서 아시아권에 진출하길 원하는 시니어 전문가와의 실제 매칭을 위한 선발 과정이 이뤄지고 있어요. 또 유엔 산하기관에서 라오스에 IT 관련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제가 심사위원 자격으로 갈 예정인데 그곳에 우리나라의 시니어 전문가들을 파견할 수 있는지 타진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곧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한국의 시니어 문화가 수출되기를 바랍니다. K팝이나 K드라마처럼 K시니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걸고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를 얼마나 멋있게 대비하고 있는지, 우리나라의 시니어가 얼마나 많은 가능성과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리고 싶어요. 정도 많고 흥도 많고, 근면 성실하면서 스마트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난 점이 우리나라 시니어의 장점이죠. 이들의 노하우를 널리 수출하고 싶어요.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우리보다 고령화가 늦은 많은 나라가 한국을 벤치마킹하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김정선, 이보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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