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없는 김은중과 '젊은그대', 2연속 4강 진출 쾌거... 세대 뛰어 넘은 韓 축구의 힘 FIFA-나이지리아도 '극찬'
[OSEN=우충원 기자] 대한민국의 '젊은 그대'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스타가 없는 상황에서도 만들어 낸 쾌거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9년 대회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이영준이 최전방을 맡았고, 강성진-이승원-김용학이 2선을 구성했다. 강상윤-이찬욱이 허리를 지켰고, 배서준-김지수-최석현-박창우가 수비진을 꾸렸다. 김준홍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경기 초반부터 나이지리아가 공 소유권을 쥐고 경기를 주도했다. 한국은 이전 경기들과 같이 뒤로 물러나 수비를 단단히 한 채 역습을 노렸다.
한국의 4강 상대는 이탈리아다. 유럽 4강 중 하나인 그들은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을 3-2로 꺾었고 토너먼트에선 잉글랜드와 콜롬비아 등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잡아내며 3회 연속 4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웅크리고 있던 한국이 단 한 방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연장 전반 5분 주장 이승원이 왼쪽에서 감아올린 코너킥을 최석현이 머리로 절묘하게 돌려놓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에콰도르전 결승골과 판박이였다. 이로써 이승원은 이번 대회에서 코너킥으로만 무려 4도움을 기록했다.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이 이어졌지만, 김은중호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이어갔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연장 후반 5분 박스 안에서 엠마누엘이 강력한 발리슛을 시도했다. 다행히 공은 골대 위로 넘어갔다.
한국은 연장 후반 12분 이지한을 대신해 조영광을 투입하며 수비를 단단히 했다. 결국 김은중호는 끝까지 득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나이지리아를 물리치고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은중호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2019년 대회 때와 달리 이강인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팀 파워 역시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2019년에 이룩한 준우승과 같은 위업을 김은중호가 이룰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하지만 김은중호는 그들이 2019년 세대를 이을 만큼 강력하다는 사실을 똑똑히 입증했다. 김은중호는 프랑스-온두라스-감비아와 엮였던 조별 라운드를 무패로 통과했고 16강에서는 에콰도르를 3-2로 제압하며 8강에 올랐다.
그리고 8강에서는 아프리카의 독수리 나이지리아까지 넘어섰다.
경기 후 김은중 감독은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 덕에 잠재력이 최대치로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2023 세대는 대회를 치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화려함은 다소 부족할 수 있어도 묵직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법을 터득했다. 세트피스는 김은중호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특히 이번 대회에 임한 선수들 중 소속팀에서도 주력으로 나서는 선수들은 드물다. 배준호(대전) 등을 제외하면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제대로 기회를 받지 못한 젊은 선수들은 이번 대회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었다.
이영준은 U-20 대표팀의 유일한 정통 공격수다. 박승호가 발목 골절 부상으로 중도 귀국하며 이영준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이영준은 조별리그부터 최전방 공격수로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2일 에콰도르와의 16강전에서는 가슴 트래핑에 이은 득점으로 골 맛을 봤다.
최석현도 마찬가지. 2경기 연속 결승골을 터트렸지만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받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4강 이탈리아전도 해볼 만하다. 만일 이탈리아까지 넘어서면 두 대회 연속 세계 4강 진출을 넘어,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된다. 무엇이 됐든 근래의 한국 U-20 대표팀은 세대를 넘어 강력하다는 걸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김은중 감독은 "양 팀 다 조심스럽게 경기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였다. 이 또한 이겨내 준 21명의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이 메어 잠깐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어 김은중 감독은 "준비한 부분도 많지만,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부분은 집중력 싸움이었다.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국의 힘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잘 버텨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김은중 감독에게 다가와 물을 뿌리며 기쁨을 만끽했지만, 그는 여전히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우리 팀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우려가 많았다. 우리 선수들에 대해 잘 몰랐다. 선수들도 많이 속상해했다.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를 믿고 따라온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끝으로 김은중 감독은 "선수들이 주목받지 못하면서 가진 잠재력을 꺼내지도 못하고, 인정받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우리 코치진은 진심으로 대해줬다. 선수들이 잘 따라주면서 스스로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 미래가 될 것이다. 고맙고 대단하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특히 FIFA는 최석현의 결승골 세리머니를 홈페이지 메인에 걸었다. 한국의 4강을 이끈 장면을 세계인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또 나이지리아 매체 사커넷은 “아시아 호랑이(한국)의 기습공격에 ‘플라잉 이글스(나이지리아)’의 꿈이 깨졌다”면서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전반 내내 실점하지 않으려고 했고 너무 신중했다”며 “나이지리아가 더 모험적이었지만 골키퍼를 시험한 건 단 한 번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연장 전반 5분 돌파구를 마련했고 득점했다. 나이지리아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내세웠지만 한국의 수비를 무너뜨리기에는 너무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편 8강에서 나이지리아를 꺾은 한국은 오는 9일 오전 6시 이탈리아와 4강전을 치른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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