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명 '실수' 자료 낸 기재부 세제실…실수일까 고의일까 [관가 포커스]

강경민 2023. 6. 5. 08: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요일인 지난 4일 오후 3시20분께 기획재정부는 예정에 없던 자료를 배포했다.

 한 언론매체가 보도한 '정부, 사적연금 저율과세 확대 검토' 기사에 대한 보도 설명자료였다.

 기재부가 당초 배포한 자료 파일명엔 '(보도설명)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 확대 관련(실수)'라고 적혀 있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경DB

일요일인 지난 4일 오후 3시20분께 기획재정부는 예정에 없던 자료를 배포했다. 한 언론매체가 보도한 ‘정부, 사적연금 저율과세 확대 검토’ 기사에 대한 보도 설명자료였다. 이 매체는 기재부가 저율 과세 혜택을 주는 사적연금 소득 기준을 연 1200만원 이하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율 과세 기준 금액은 2013년부터 11년째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어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고령화에 따라 안정적 노후 수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 1200만원 이하이면 3.3∼5.5%(지방소득세 포함) 세율로 소득세가 부과된다. 사적연금 소득이 연 1200만원을 초과하면 세율이 최대 49.5%에 달하는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기재부는 설명자료에서 “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 기준금액 확대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는 기재부 세제실 소득세제과가 만들었다. 다음달 발표되는 세제 개편안에 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 확대 방안을 포함할 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실제로 나라 살림의 여유 재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금 수령액이 많아 비교적 생활이 여유로운 고령층에까지 저율 과세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다만 이날 기재부 세제실이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내용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파일명이었다. 기재부가 당초 배포한 자료 파일명엔 ‘(보도설명)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 확대 관련(실수)’라고 적혀 있었다. ‘실수’가 무슨 뜻일지를 놓고 기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확인 결과 ‘실수’는 ‘실장이 수정한’ 자료라는 뜻이었다. 고광효 세제실장이 이 설명자료를 직접 수정했기 때문에 ‘실수’라는 파일명을 붙인 것이다.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보고서 파일명에서 ‘과수원’ ‘국수원’ 보고서는 최근 들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련기사 2023년 4월12일 [관가 포커스] 참조

‘과수원’은 ‘과장이 수정을 한 번 지시’했고, 국수원은 ‘국장이 수정을 한 번 지시’했다는 뜻이다. 원전 수사 등 ‘윗선’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것에 대한 대가를 실무진들이 톡톡히 겪는 것을 목격하면서 보고서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느꼈다는 것이 사무관들의 설명이다. 

다만 실장(1급)이 수정한 ‘실수’ 보고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실장이 보고서 내용을 직접 수정한 것은 기재부 세제실이 해당 내용에 대해 무척 민감해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첫 설명자료를 배포한 지 10분 후에 ‘실수’라는 파일명을 지우고, ‘배포용’라는 이름으로 수정한 설명자료를 다시 냈다.

세제실의 이 같은 ‘실수’ 보고서를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 설명자료까지 실무진이 ‘실수’라는 파일명을 적는다는 것은 그만큼 세제 개편안을 비롯한 조세 정책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